[코리아 엑소더스] 외국계 금융사 국내 철수 러시···원인은 규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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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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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만삭스·맥쿼리은행·푸르덴셜생명 잇달아 철수

우리나라를 국제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목표와 달리 최근 몇년 동안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에서 계속해 철수하고 있다. 국내 경쟁이 격화되면서 비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미국계 금융사인 푸르덴셜파이낸셜은 국내 푸르덴셜생명보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다수의 원매자가 참여한 만큼 조만간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고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해 호주계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은행도 서울지점을 폐쇄하고,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마저 반납한 후 우리나라에서 철수했다.

 

[사진=금융감독원]

2018년에는 유비에스(UBS)은행이, 2017년에는 골드만삭스와 스코틀랜드왕립(RBS)·빌바오비스카야아르헨타리아(BBVA)·바클레이스은행 등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SC은행도 2015년부터 자체 지점을 폐쇄하고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주요 매장에 뱅크데스크(Bankdesk)를 운영하는 데 그치는 등 우리나라에 투자를 줄이고 있다.

보험 부문에서도 2017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국내 생보사를 사실상 '0원'에 넘기고 국내 시장을 떠났다. 생보사의 적자가 지속으로 
국내에서 영업을 지속하려는 동력을 잃어 철수한 것에 가깝다. 그야말로 외국계 금융사의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엑소더스의 주된 원인으로는 규제 가중과 경쟁 심화가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은 357조2897억원의 파생상품 관련 수익을 거뒀다.

 

[사진=금융감독원]

그러나 점차 파생상품 관련 규제가 도입되면서 2018년에는 관련 수익이 75조8086억원으로 78.78% 대폭 줄었다. 그 결과 2008~2009년 2조원이 넘었던 외국계 은행 당기순이익은 최근 3년 동안 1조원 미만으로 악화됐다.

동남아 신흥국 등과 대조적으로 국내에 저성장·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경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과거와 동일한 영업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 총합은 2012년 115조3086억원에서 2018년 110조8431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사업비는 7조1924억원에서 9조4430억원으로 31.29% 늘었다.

 

[사진=생명보험협회]

사업비는 보험사가 보험영업에 쓴 전체 비용을 뜻한다. 즉, 보험사들이 과거와 유사한 영업성과를 얻기 위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영업비용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계 보험사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점점 더 매력이 떨어지는 시장으로 변해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 규제가 많고 경쟁이 심해진 탓에 동남아 신흥국 등으로 외국계 금융사가 떠나는 것 같다"며 "외국계 금융사가 이해하기 어려운 규제도 많은 데다 국내 금융사와 리테일 영업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비전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푸르덴셜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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