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검사 4인방]② 미투·수사외압 폭로 등 내부고발 서지현·진혜원·안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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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우 기자
입력 2020-01-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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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검찰 개혁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드높아지면서 최근 여성 검사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이제껏 감춰졌던 검찰 내부의 켜켜이 쌓인 문제가 임은정·진혜원·서지현·안미현 검사 등의 폭로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 남성 중심의 검찰 체제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이제 껏 현직 검사 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검찰끼리 숨겨온 비밀'을 고발하며 검찰개혁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개적으로 검찰을 비판하는 현직 검사는 임 검사만이 아니다.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미투' 폭로로 국내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와 검찰총장을 상대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낸 진혜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 검사,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까지 여성 검사들의 용기 있는 폭로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 "검찰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제2의 서지현' 나오는 것"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는 JTBC 뉴스룸에 나와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이른바 국내 '미투 1호'의 시작이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30일 장례식장에서 당시 정책기획 단장이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자신을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는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2015년 8월 부당한 사무 감사를 근거로 통영지청으로 발령을 내는 등 부당한 인사보복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의 폭로는 곧 검찰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졌다. 안 검사장은 공소시효 덕택에 성추행으로는 기소되는 것은 피했지만 직권남용으로 기소,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모두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9일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원심을 뒤집은 대법 판결이 나오자 서 검사는 "직권남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면죄부를 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면서도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했다.

첫 현직 검사의 미투로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 검사는 미투 이후로도 꾸준히 검찰 내 남성중심적 문화와 비민주적인 행태들을 고발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사진=연합뉴스]


서 검사는 미투 이후 '배신자'라는 비난과 악의적인 헛소문 등으로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모욕과 비난, 왕따는 서 검사에게도 마찬가지로 가해졌다.

그는 2018년 말, '미투 1년'을 돌아보는 인터뷰를 하면서 "(다른)피해자에게 용기 내라고 말 못하겠다"고 말했다. '죽을 각오'로 미투에 나섰지만 그가 각오했던 것보다 현실은 가혹했다.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직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고 배척받고 음해받았다"고 토로했다. 불안장애도 겪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배당, 인사, 징계 등 모든 시스템은 '절대복종 아니면 죽음'을 의미한다"고 검찰의 조직문화를 비판한 바 있다.

서 검사는 "조직 내에서 죽을 뿐 아니라, 나와도 변호사는 물론 정상생활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며 "실제 검사 게시판에 글을 썼다는 이유로, 승진 누락 및 면직까지 시켰다. 나는 미친X으로 낙인찍혔고, 낙인찍은 자들은 다 영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전혀변하지않았다', '#사람들은검찰을너무모른다', '#검찰개혁'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였다.

또 다른 게시글을 통해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검찰 내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 검사는 "판사님들도 변호사님들도 잘 모르시는 건데, 검찰은 사건 배당을 부장, 차장이 손으로 합니다"라며 "사건 들여다보고 주고 싶은 검사한테 주는 거죠. 법원은 70년대부터 무작위 배당을, 2003년부터 컴퓨터 배당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폭로' 안미현, 검찰총장 상대 '징계처분 취소소송' 진혜원

여성 검사의 거침없는 폭로는 서 검사 이후에도 계속됐다. 서 검사의 미투 며칠 뒤인 2018년 2월 4일 안미현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안 검사는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진행하던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갑자기 사건 수사의 조기 종결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으로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염동열 자한당 의원, 모 고검장, 검찰 수뇌부 등을 지목하며 외압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해 5월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문무일 전 검찰총장 역시 수사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해 또 한 번 파문이 일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 등 검찰 안팎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내놓고 표현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한 번은 손을 봐줄 것'이라며 벼르는 전현직 검사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안 검사는 굽히지 않았다. 이후로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사건에 대해 올리거나, 지난해 11월 법무부의 '검찰개혁 추진계획' 내용을 비판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다.

 

안미현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사진=연합뉴스]

진혜원 검사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꾸준히 검찰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그는 지난달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로 재차 기소하며 이를 '추가 기소'라 명명한 것에 대해 "수사 기관은 같은 문서에 대하여 처음부터 신중하게 수사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며 "이중기소 금지 규정을 근거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최근 공수처법 통과와 관련해 "드디어 통과됐다"며 환영하거나, 지난해 11월에는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내사를 부인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일선 검사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진 검사는 2018년 '영장 무단 회수 폭로'와 관련해 표적 감사로 부당 징계 처분을 받았다며 검찰총장을 상대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내기도 한 인물이다.

◇ 여성 검사 비율 31.2%에 불과…"유리천장도 여전"

이같이 오랫동안 '성역'이었던 검찰 내부 문제 해결에 여성 검사들이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지만, 이들이 검찰 내부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기까지 갈 길을 멀어 보인다. 내부 비판을 하는 이들을 무조건 '배신자' 취급하는 비난도 거세지만 검찰 내 여성의 요직 진출 자체가 쉽지 않은 탓이다.

여성 검사는 아직 전체 검사 중 31.2%에 불과할뿐더러, 요직으로 갈수록 수가 현저히 적다. 검찰 역사상 여성 검사장은 이제껏 단 3명에 불과하다. 2013년 조희진 변호사가 최초로 여성 검사장이 된 후 이영주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노정연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만이 여성 검사장 자리에 올랐다. 여성 고검장은 현재까지 나온 적이 없다.

이는 검찰 조직에서 여전히 주요 보직에는 여성을 기피하는 등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진 전 검사장은 검찰 내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냐는 질문에 "유리천장은 우리(검찰 조직) 뿐 아니라 사회 각처에 아직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부 쪽이나 주요 보직에는 여전히 여성이 적다"며 "의정부에 있을 때 특수부에 여성을 딱 두 명 넣었는데 한 명을 추가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관행적으로 여성을 기피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 위원회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 여성 구성원의 54.8%가 '조직문화가 성평등하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검사의 85%는 근무평정과 업무 배치, 부서 배치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답했다.

때문에 여성 검사들의 활약이 검찰 내부에서 이어지려면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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