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쉬샤오둥이 깬 쿵푸의 허상과 일본의 역사 왜곡

윤상민 기자입력 : 2020-01-12 14:04
복기대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장
요즘 중국에서는 2000년 전통 무술 쿵후에 대한 허망함과 비판이 쏟아진다. 지금도 전 세계 4억명이 배우는 쿵후는 절제된 동작으로 불의와 싸워 이기는 수련의 결집체였다. 최근 종합격투기가 세계 싸움 시장을 점령하자 중국 쿵후계도 여기에 슬쩍 발을 디뎠다. 소림사 스님이 묘한 옷을 입고, 맨주먹이 아닌 글러브를 끼고 사각의 링에 오른 것이다.

이 무렵 쉬샤오둥(徐曉東)이라는 사람이 등장해 쿵후계에 싸움을 걸었다. 쿵후계의 많은 사형, 사제들이 도전을 받아 줬다. 결과는? 쉬샤오둥의 연전연승이었다. 쉬샤오둥은 단호하게 말했다. “쿵후는 실전에는 쓸모가 없는 허상이다!” 쿵후를 사랑하는 많은 중국인들은 그를 꺾으면 엄청난 보상을 해주겠다는 광고를 했다. 그와 대결하려는 쿵후 전문가들은 점점 늘어났고, 쉬샤오둥의 승리는 점점 많아졌다.

급기야 많은 중국인이 쿵후에 대한 회의를 하고 비판을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자존심이 깨지자 쿵후계는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쉬샤오둥을 중국 안에서는 싸우지 못하게 해버린 것이다. 이제 그는 외국을 다니며 싸우고 있다. 중국에서는 별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쿵후의 체면은 나날이 깎이게 될 뿐이다.

한국에는 쉬샤오둥보다 더 오래되고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역사 문제다. 한국 역사학계 대부분은 일본이 왜곡한 한국사를 쓰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이성계가 요동 정벌군을 되돌린 곳은 위화도다. ‘태조실록’은 위화도가 압록강 ‘건너’에 있다고 기록했다. 그런데 일본이 편찬한 ‘조선사’는 위화도는 압록강‘에’ 있는 섬이라고 기록해 국경을 축소했다. 일본이 왜곡한 위화도 위치는 고려 후기 국경, 조선전기 국경이 한반도 안에 국한된다는 반도사관(半島史觀) 인식에 큰 역할을 했다.

필자는 몇몇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일본이 왜곡한 역사를 바로잡아 보자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중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연구를 하지 말라는 것, 연구 결과를 확산하지 말라는 경고, 학술지 게재 거부, 심지어는 연구 결과를 출판해주지 말라는 협박 전화도 있다고 들었다. 이해를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견해가 다르면 서로 논쟁하면서 연구하면 될 것 아닌가?

필자는 지난 2018년 일본 교토에서 한국 상고사·고대사와 관련된 <한국사의 정체(正体)>를 출간했다. 100여년 전 일본학자들의 한국사 왜곡·조작을 신랄하게 비판한 서문도 곁들였다. 일본 연구자들의 비판이 일어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본과의 공동연구도 영향을 받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반대로 최근 일본 학자들이 세미나를 제안해왔다. 필자의 연구를 들어보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켜보자는 취지였다. 한국에서는 유사 사학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는 필자의 견해에 대해 일본 학자들은 왜 토론을 제의한 것일까? 일본을 한 번 더 생각한 계기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정보가 지식으로 변하고 지식이 돈이 되는 시대다. 역사 분야에서도 많은 정보와 분석들이 올라온다. 이런 정보 중에 문제가 있는 것들도 있지만 원 사료를 제시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한자를 몰라도 역사연구를 할 수 있고, 영어를 몰라도 영국사를 연구하는 시대가 왔다. 이제 모두 마음만 있으면 역사를 연구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몇몇이 막는다고 하여 왜곡된 역사가 계속 유지될까? 학자의 양심을 한국만큼 강조하는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학자의 본분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 기본 원칙에 얼마나 충실한가?

쉬샤오둥을 내쫓아서 몇 달, 몇 년은 전통의 쿵후가 이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쿵후는 절대 세계화되지 못한다. 역사 왜곡도 마찬가지다. 일부 학문 권력자들이 왜곡된 한국사 바로잡기를 몇 년은 막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모두 드러날 것이다.
 

복기대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장[사진=복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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