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유튜브 출연 강요에 퇴사 고민하는 직장인들

임애신 기자입력 : 2019-12-19 15:32
요즘 누굴 만나도 꼭 한 번씩 언급되는 화제가 있다. 유튜브다.

유튜브는 나이, 성별, 직업, 전문분야 등 그 어떤 제한도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조회 수, 구독자 수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부수적인 수입까지 얻을 수 있다.

직장인들이 회사 생활이 힘들 때면 마음 한 켠에 '나중에 유튜브를 해서 13월의 월급을 받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이유다. 유튜브는 각박한 직장 생활의 한 줄기 빛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게 회사에서 강제적으로 시킬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최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TV광고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지만 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다. 또 전파를 타는 광고에 비해 유튜브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꾸준히 검색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유튜브를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주며 정보를 제공하거나, 재직 중인 직원의 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등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취업준비생을 위한 꿀팁을 전하기도 한다.

콘텐츠 형식도 다양하다. 카메라를 보며 혼자 말하는 방식부터 상대방을 인터뷰 하거나 CCTV처럼 관찰하는 형식이 있다. 드라마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출연, 촬영, 편집을 직접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회사 유튜브에 직원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출연하는 것보다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덤이다.

회사 유튜브에 직접 출연하고 싶어하는 직원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근 유튜브 출연을 두고 갈등을 빚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회사에서 특정 부서나 직군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지시가 내려오면 희망자가 없을 경우 가위바위보로 출연자를 결정한다. 또는 상급자가 특정인을 콕 찝어서 강제로 시키기기도 한다. 

직원들이 영상 출연을 꺼려하는 것은 회사 계정의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가면 '영구 박제'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영상 속 내 모습을 지우고 싶어도 사실상 삭제가 불가능하다. 사생활 노출 가능성도 있다. 영상에서 소속회사 및 부서, 이름, 얼굴, 직급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한 기업은 영상에 출연하는 내내 주인공의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악수를 두기도 했다. 이는 해당 직원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꺼린 것도 이유이지만,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A대리의 슬기로운 회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이 직원이 갑자기 퇴사한다면 이 콘텐츠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얼굴을 스티커로 가린 것이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는 유튜브 참여가 본래 하던 일에 또 하나 일이 추가된 것과 다름없다. 일부 기업에서는 영상 출연 건수나 조회 수, 기여도 등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튜브 촬영이 원래 하던 일의 연장이라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업무시간을 활용했고 출연자 신분이 '직원'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유튜브의 장점에 주목해 콘텐츠를 적극 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최근 만난 전자계열 대기업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유튜브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결코 직접 영상에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 영상 출연에 당첨(?)된 동료 중에는 퇴사까지 고려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지금은 유튜브 등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상) 전성기다. 때문에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각 기업들은 직원들의 고충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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