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헬리오시티도 없고... 3년 전에서 시간 멈춘 '구글 지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일용 기자
입력 2019-12-16 00:1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구글 지도, 2016년 하반기부터 3년 동안 업데이트 중단

  • 신축 아파트 단지, 신규 지하철 노선 등 변경점 전혀 반영 안돼... 실제와 다른 '가짜 지도'

  • 국내 이용자들과 관광객들 피해 우려... 국토부는 "나 몰라라"

전 세계 약 10억명이 이용하는 슈퍼 앱 '구글 지도'가 국내에선 잘못된 정보가 표기된 '낡은 지도'로 전락했다. 구글이 지난 2016년 6월 국내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이 거부된 후 3년 동안 구글 지도를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에선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이나 강동구 고덕동처럼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최근 3년 동안 크게 바뀐 장소가 예전 모습 그대로 표시되는 등 실제와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구글 지도를 탑재한 앱과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아주경제 취재 결과 구글 지도의 한국 지형은 2016년 하반기부터 업데이트를 멈췄다. 때문에 2017년 이후 지형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완공된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이전인 가락 시영 1~2차 아파트로 표기되고, 강동구 고덕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이전인 허허벌판으로 나온다. 서울 말고 다른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헐려서 이미 존재하지 않는 과천 주공1단지 아파트는 구글 지도에선 버젓이 서있는 '유령 아파트'다. 2017년 9월 개통한 우이신설선은 구글 지도에선 없는 노선이다. 이밖에 자잘한 변경점도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2018년 12월 완공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를 구글 지도(좌)와 네이버 지도(우)에 검색한 결과. 3년 전 업데이트를 중단한 구글 지도는 재건축 이전 가락 시영 1~2차 아파트가 그대로 표시된다. [사진=구글 지도, 네이버 지도 앱 캡처]


공간정보와 지도 업계 관계자들은 지도라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실제 변화에 맞춰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리적인 실제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지도는 생물로서 사망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구글은 한국 정부가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허가하지 않아 제대로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이신설선 등 대중교통 정보처럼 고배율 지도와는 무관한 내용까지 구글 지도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공간정보 업계에선 구글의 고의적인 태업을 의심하고 있다. 고정밀 지도 반출 불가를 핑계로 충분히 업데이트할 수 있는 부분까지 손을 놔버린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 중인 SK텔레콤은 구글에 티맵과 동일한 최신 지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유튜브, 구글 플레이 등 이른바 돈 되는 서비스에는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지도 서비스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의 지도 업데이트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글 지도를 활용해 전 세계 서비스를 제공 중인 우버택시와 우버이츠의 경우 국내에선 구글 지도가 실제와 다른 지리 정보를 제공해 많은 기사와 배달원들이 서비스 제공 도중 낭패를 겪었다. 이들은 결국 별도의 국내 지도 앱에 목적지를 입력한 후 찾아가야만 했다. 회사 약도를 알리고자 구글 지도를 이용하던 개발자들도 실제 지형과 다른 구글 지도 탓에 피해를 입었다.

구글 지도가 무료가 아닌 돈을 받는 유료 서비스라는 점에서 피해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구글 지도 API는 월 10만콜까지는 1000건당 7달러, 월 50만콜까지는 1000건당 5.6달러를 받는다. 이에 우버는 지난 3년 동안 구글에게 구글 지도 사용료로 5800만달러를 지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두 이용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한국 이용자들은 구글 지도 이용료를 내면서 낡은 지도 서비스를 받고 있던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글 지도를 관리·감독해야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 지도의 태업을 민간 기업의 사정이라며 방치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구글 지도는 전 세계 이용자수 1위의 지도 앱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는 기본 설치돼 있고, 애플 iOS 운영체제에서도 지도라고 검색하면 가장 먼저 구글 지도를 추천한다. 경로 탐색, 맛집·관광지·숙박업소 추천 등의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3년 전 내용을 토대로 실제와 다른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처지다.

구글 지도의 국내 업데이트가 중단됐다는 공지를 홈페이지나 앱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구글 지도의 국내 업데이트 중지에 대해 구글 측은 "지난 2018년 12월 국내에 실시간 대중교통 정보, 주변 탐색을 새롭게 출시하는 등 구글 지도에서 국내 사용자에게 더욱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