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미.중 무역분쟁 실마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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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입력 2019-12-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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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2019년 한 해의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2020년의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중국의 중앙경제공작회의가 3일간의 회의를 마치고 폐막되었다. 보통 12월 20일경에 열리는 이 회의는 15일 미국의 3차 대중 관세부과를 앞두고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조기 개최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경제는 신조처럼 강조해왔던 ‘바오류(保六)’, 즉 6%대 성장 지키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미 무역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대미 수출이 연속 7개월 감소세를 보이고 무역액도 5% 정도 줄었으며, 달러 유입이 차단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에 봉착하고 있다. 가계 소비가 위축돼 이는 직접적인 민간경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실업도 가중되는 형국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지방정부 대출을 담당한 일부 중소규모 지방을 파산 지경으로 몰았다. 자칫 전체적인 금융위기 대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중국경제의 부진이 모두 미·중 무역 분쟁 탓은 아니지만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는 중국 경제에 지난한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15일을 양국 무역협상의 관건적 시점으로 보는 이유는, 중국의 대미 수출 총액 약 5400억 달러 중 이미 3800억 달러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이 나머지 약 1600억 달러분에 대해 추가관세 15%를 부과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아직 여지는 있지만 양국이 무역협상을 지속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의 추가관세가 부과된다면, 이는 정전(停戰)상태 속에서도 협상동력을 유지해 온 양국간 협상의 불씨가 꺼져가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년 4월부터 이미 2년이 가깝도록 양국 협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13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농산물 수입확정으로 소위 1차 합의의 가닥을 잡았다고 알려졌지만 또 두 달이 지나도록 설왕설래만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대미 농산물 구매 확대협상이 타결되면 당연히 추가로 부과된 관세는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자신들이 관철하고자 하는 핵심 사안인 지식재산권 문제나 기술이전 문제 그리고 서비스업 진출 등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스몰 딜로 불리는 1차합의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3일, 영국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양국 협상에 기한은 없다면서 급한 쪽은 중국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도 속으로야 어찌됐든 끌려가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주지하다시피 과도한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1차 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제품 관세부과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중국 첨단기업의 상징인 화웨이(華爲)를 제재하는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산되더니, 지난 8월에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하여 통화·금융 분야로까지 확대되었다. 여기에 미국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수용소 문제나 홍콩 사태에 대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면서 중국의 비민주성과 보편가치의 부재를 질책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중국의 대미 도전의지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미 의회의 미·중경제 및 안전 검토 위원회 보고서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가 아니므로 공산당 총서기로 불러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태도에 분개하면서도 무역불균형 문제와 다른 문제를 연계시키지 말고 동등한 조건에서 관련 사안을 타결하자는 입장이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종합해보면, 위축되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측이 나름대로 절묘한 균형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몇 합을 겨루어봤더니 이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중국도 마냥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파국으로 가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중국은 조기 타결을 희망했지만 무역협상 장기화로 국내경기의 하방 압력까지 가중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시진핑식 중국사회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술기업 제재나 금융시장 흔들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만일 1단계 무역합의가 실패하면 중국은 내부 단속을 강화해 위기 탈출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1단계 무역합의에 성공하면 지재권이나 기술이전, 그리고 AI산업 발전을 제약하려는 2단계, 3단계 협의 과정이 계속될 것이므로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그렇지만 중국도 러시아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를 잇는 총액 약 470조원 규모의 가스 공급프로젝트를 가동해 미국과 중동이 주도하는 석유 가스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에너지 동맹 구축이나 지속적인 인민폐 국제화 추진 등 미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대응에도 열심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양국 갈등은 한국에 당연히 부담이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이 중국 당국에는 불리하지만 중국 경제의 국제 규범화나 중국경제가 갖고 있는 불확실성 상쇄에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이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미·중 양국의 무역 협상을 주시하면서 한국 경제의 대중 전략을 철저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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