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어록'으로 살펴본 '킴기즈칸'의 말말말

류혜경 기자입력 : 2019-12-10 12:38
"사람이 한 군데 미치면 도가 트여"
“사람이 한 군데 미치면 도가 트여"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삶은 '파란만장한 삶'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추앙받던 그는 외환위기 직후 부도덕한 경영인으로 몰락했다. 하지만 1세대 기업인으로 꼽히는 그가 남긴 말들은 여전히 경영인과 청년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가장 유명한 말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는 김 전 회장의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1936년 대구 출생인 그는 1967년 대우실업을 창업한 뒤 1981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후 줄곧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세계경영'에 몰두했다. 세계를 누비는 모습이 '칭기스칸'과 같다며 사람들은 그를 '킴기즈칸'이라 부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이외에도 90년대 후반까지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말을 남겼다.

2017년 대우그룹 50주년을 맞아 낸 '김우중 어록: 나의 시대, 나의 삶, 나의 생각‘은 김 회장의 생각과 경험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과 글을 가려 뽑은 책이다.

책 서문에서 그는 “평생에 걸친 기억들이 많지만 지금껏 가슴을 뛰게 하는 기억은 대부분 젊은 시절의 것들이었다”며 “젊은이가 주역이 되는 시대가 다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평생 가식 없이 살았다는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며 “내가 한 말들을 그렇게 이해해 준다면 얼룩진 과거사로 인한 마음속 부담을 조금이나마 떨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책에 따르면 1994년 문화사랑동우회 초청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건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밝혔다.

후배와 신입사원들에게도 노력을 강조했다. 빼놓지 않고 했던 조언 중 하나는 "사람이 한 군데에 미치면 도(道)가 트이게 된다"였다.

노력과 함께 그가 강조하던 것은 꿈을 가지는 일이었다. 김 전 회장은 1991년 전국 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총연합회 초청강연에서 “자기 분야에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 분명히 뭔가 다른 점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목표에 대한 도전도 하지 않고 쉽게 포기해 버리는 이유는 바로 꿈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들에게 당부를 내놓기도 했다. 1992년 전남대학교 경영자과정 초청과정에서 그는 '비전·용기·희생정신'을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으며 "훌륭한 지도자는 훌륭한 국가를 만들고, 위대한 국민이 위대한 지도자를 창조한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장사꾼’이라 칭하던 김 전 회장은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1985년 신입사원 교육에서는 “해외출장을 가더라도 가급적이면 철학자, 정치학자, 사학자 등 교수들과 같이 간다”며 “비행기 안이나 호텔 등 같이 있는 시간에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꾼이라도 자기 분야만 알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그의 어록들에서는 기업인이자 사회 지도층으로서 사회와 국가, 시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1984년 KBS 주최로 100명의 대학생과 자유토론을 벌이면서는 "나라가 강하지 않으면 기업도 생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나라건 경제성장 없이는 발전할 수 없으며 어떤 경제이건 한 세대의 희생적 노력 없이는 성장을 이어갈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1990년 내무부 지방연수원 초청강연에서는 "앞으로 국제관계에서는 경제력만큼 국가의 발언권이 주어질 것이며, 우리가 경제력을 키워내지 못하면 국제 무대에서 천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국가의 경제력을 강조했다.

1995년 국립싱가포르 대학교 초청강연에서는 "21세기는 명백한 기술 폐쇄주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기술과 기술이 경쟁하게 될 것이며, 자체 기술이 있어야 국제사회에서 교류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1992년부터 수차례 다녀온 북한에 다녀왔다. 이후 강연에서는 "통일 비용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며 통일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1995년 외교안보연구원 초청특강에서 그는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걱정하는데, 우리 세대로 봐서는 할 수 있으면 빨리 해야된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야 된다. 지금과 같은 고통을 후세들에게 넘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개척하는 시장이라는 각오로 다른 시장과 달리 적자가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족과 통일을 위해 공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해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전국경영자 세미나에서도 "국제사회가 새로운 질서로의 이행을 끝내고 안정을 되찾게 되면 우리는 또다시 강대국들의 방해에 직면하게 된다"며 "강대국들은 한반도가 통일되고 이를 통해 우리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되는 미래를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기초과학에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80년 대우재단에 200억원을 내 놓으며 “나는 부자로 남기보다 멋진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나는 열심히 버는 데는 자신이 있지만 잘 쓰는 일은 다른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국내 기초학술진흥사업에 써 달라고 당부했다.

말년에는 베트남 등을 오가며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명예회복에 주력했다. 

 

[사진 = 김우중 어록 책 표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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