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패시브 핵심 공법 접목…"대한민국 '최초' 제로 에너지 공장과 도서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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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12-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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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국내 최초 제로 에너지 공장, 제로 에너지 도서관 방문

  • 열교 차단, 고기밀, 고단열 등 기술 도입된 패시브 기술 도입이 생명

  • 제로 에너지 건축 시대 속도 빨라져…정부,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해 "R&D 지원 및 인센티브 등으로 극복할 것"

경기 화성시 안녕동 '힘펠 3공장 제로 에너지 팩토리' 건물 외부 전경. [사진=김충범 기자]

#1. "당초 힘펠 공장은 일반 공장으로 설계돼 터파기 공사까지 마친 상태였죠. 하지만 열교 차단, 고기밀, 고단열, 열교환기 등 패시브(Passive) 공법을 도입 한 제로 에너지 건축으로 선회했고, 국내 최초 제로 에너지 공장(ZEF: Zero Energy Factory)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습니다."

#2. "아산 중앙 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제로 에너지 도서관입니다. 이곳 공간 자체를 하나의 보온병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공법으로 지어진 고효율 에너지 건축물로, 일반 도서관에 비해 연간 에너지를 45%가량 적게 쓰고 있습니다."

내년 제로 에너지 건축 의무화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지난 5일 제로 에너지 시스템이 도입된 경기 화성시 안녕동 '힘펠 3공장 제로 에너지 팩토리'와 충남 아산시 용화동 '아산 중앙 도서관'을 차례로 찾았다.

제로 에너지 건축은 단열 및 기밀 성능을 높여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기술이 접목된 건축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 건축물에는 제로 에너지 건축이 의무적으로 도입된다. 이어 오는 2025년에는 500㎡ 이상 공공 건축물과 1000㎡ 이상 민간 건축물로 확대되고, 2030년부터는 500㎡ 이상 모든 건축물의 제로 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다.

이번 탐방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조금은 생소한 제로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 절감 기술이 국내 건축물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이뤄졌다.

때마침 이날은 화성 및 아산 현장 일대가 온종일 영하권에 머물렀던 터라, 제로 에너지 건축물 내부의 단열 효과를 체감하기엔 매우 적합한 여건이 마련됐다.

◆ 패시브 공법에 초점 맞춘 힘펠 3공장 제로 에너지 팩토리

먼저 방문한 힘펠 3공장 제로 에너지 팩토리는 국내 공장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제로 에너지 공법이 적용된 건축물이다.

이 공장이 일반 공장과 다른 점은 내부 냉·난방 부하를 낮추기 위해 외피의 단열 및 기밀을 강화한 패시브 설계가 적용되고, 열회수형 환기장치 및 태양광 설비 등이 도입됐다는 것이다.

일반 공장은 통상적으로 생산 설비 보호, 공정 최적화에 초점을 맞춰 동선 위주의 관점에서 설계되기 마련인데, 이 공장은 혹한기 및 혹서기에도 견딜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과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향에 비중을 두고 건물 전체가 지어졌다.

이 공장은 사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제로 에너지 건축물이 아닌 일반 공장으로 설계된 상태였다.

이미 터파기 공사까지 마무리된 상황이었지만,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김정환 힘펠 대표 의지와 오피스형 공장 내에서 근로자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는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의 철학이 맞아떨어지면서 공장 전체의 설계 방향이 바뀌었다.

이 공장은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공사가 진행됐으며 총 52억원이 투입됐다.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은 '1++', 제로 에너지 건축물(ZEB: Zero Energy Building) 인증은 5등급을 획득했다.

힘펠 공장은 변경 전 1차 에너지 소요량이 252킬로와트시(kWh)였지만 단열 강화로 8%를 절감했다. 이후 기밀과 열교 등을 포함한 패시브 설계 기술을 더해 35%로 절감 폭을 늘린 후, 건물 표면 및 옥상에 태양광 기술까지 도입해 최종 117.3kWh로 초기 대비 총 53%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명주 교수는 "열교 차단, 고기밀, 고단열, 열교환기 등 기술로 단열 기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패시브 기술이 제로 에너지 건축의 핵심"이라며 "패시브 기술은 이번 전체 추가 사업비용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금액 측면에서도 막대한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힘펠 현장 내부는 공장이라고 의식하기 어려울 만큼 지상층의 경우 곳곳에 온기가 감돌았다. 비교적 높이가 높고 작업이 진행되는 지하 공간도 일반적으로 느끼기 쉬운 외풍 없이 비교적 일정한 온도가 유지됐다.

다만 제로 에너지 건축을 통해 증가하는 비용은 적지 않았다. 힘펠 공장의 당초 예상 비용은 약 45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를 제로 에너지 건축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7억원 정도가 추가로 소요됐다.

이 중 정부 지원비 및 각종 부대 비용을 포함한다 해도, 힘펠 측의 실질적 추가 부담은 6억원이 넘는다. 힘펠과 같은 자발적 제로 에너지 건축물 전환이 관계자들의 큰 결단을 필요로 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보온병 단열로 온도 잡는 아산 중앙 도서관

두 번째 방문 현장인 아산 중앙 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제로 에너지 도서관이자, 8개 시범 사업 중 가장 먼저 준공된 상징성 높은 건축물이다.

아산 중앙 도서관은 에너지 성능 지표(EPI) 98.6점을 획득할 만큼 법적 기준보다 높은 기밀·단열 조치 및 고효율 설비 적용으로 일반 도서관보다 45%가량 연간 에너지를 적게 쓰는 대표적 고효율 에너지 건축물이다. 연간 관리비는 약 8900만원 수준이다.
 

충남 아산시 용화동 '아산 중앙 도서관' 지하에 설치된 지열 히트 펌프. [사진=김충범 기자]

아산 중앙 도서관에는 건식 외단열 시스템, 외부 전동 차양, 열교환 환기 시스템, 지열 냉난방 시스템이 적용된다. 또 지하에는 건물 에너지를 전산 관리하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 구축돼 있다.

이 도서관 역시 힘펠 공장과 마찬가지로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1++'를 받았다. 인근 비슷한 규모 및 면적의 공공 건축물의 경우 월별 에너지 지출 금액이 1㎡당 1300~15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아산 중앙 도서관은 900원 정도로 매우 낮다는 것이 아산시청 측 설명이다.

총 사업비는 토지비 약 87억원을 제외하고 210억원 정도가 소요됐다. 다만 아산시청 측은 이 도서관이 기존 설계 대비 추가 금액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물 디자인에 따라 표면에 도달하는 일사량이 달라지고 이에 따른 공법도 변화해 사업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산시 도서관은 냉·난방 부하량이 적고 패시브 건축의 이점을 극대화한 장방향 모양으로 설계됐다. 디자인 요소가 더욱 가미된다거나 외피 면적 차이에 따라 에너지 절감량도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 도서관의 핵심 요소 역시 패시브 공법이다.

실제 아산 중앙 도서관 내부 회의실의 경우 온몸이 나른해질 정도로 상당히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는데, 관계자 말로는 전혀 난방 시설이 가동되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아산시청 관계자는 "도서관이 단열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내부 공간은 유입된 태양열, 사람으로 인한 체온 등 열기를 최대한 보온병처럼 가둬 보온이 유지되고 있다"며 "다만 반대로 여름의 경우 많은 사람이 드나들며 외부의 열기가 내부로 유입돼 머무르는 탓에, 냉방비는 조금 더 많이 나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제로 에너지 건축 시대로의 변화는 필연…추가 비용 부담 극복이 과제

이날 방문한 힘펠 공장과 아산 중앙 도서관은 모두 국내 최초 사례인데다, 향후 제로 에너지 건축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전 세계적 급격한 기후 변화, 온실 가스, 미세 먼지 발생 등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 시대로의 변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다만 제로 에너지 건축의 상용화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추가 금액'이다. 건축주 입장에서 효과적인 에너지 감축을 위해 에너지 절감 자재 사용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 몰라도, 초기 비용 대폭 증가는 큰 부담이다.

이에 정부는 장기간 제로 에너지 건축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갖고 다양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박덕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 사무관은 "제로 에너지 건축은 계획 및 설계 단계부터 이뤄지는 것이 핵심"이라며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지원, 다양한 인센티브 마련 등 장기적 측면에서 제로 에너지 건축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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