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 공모 신탁 판매 불가…42조 신탁 시장 날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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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기자
입력 2019-12-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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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당국 내부 방침 결정…42조원 시장 고사 위기

금융당국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도 개선과 관련해 공모 상품으로 구성된 신탁을 은행 창구에서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은행의 건의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42조원에 달하는 신탁 시장이 증발하게 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의 공모상품으로 구성된 신탁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건의를 거절하기로 했다. 공모형과 사모형을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공모형 신탁을 허용해 달라는 건의는 사실상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신탁 상품 자체가 위험성을 안고 있어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은행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대책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출발한 만큼 기존 방향대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원금 손실 우려가 큰 파생 형태의 사모펀드를 규제하는 것으로 공모 신탁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금융위 내부에서는 신탁에서 공모와 사모를 구분하기 어렵고 신탁 자체가 사모펀드와 유사해 투자자 보호 규제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DLF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난도 사모펀드뿐 아니라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도 금지했다. 안정 성향이 강한 은행 고객 특성상 위험 상품 취급에 따른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는 취지에서다.

여기서 고난도 상품은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 중 최대 원금손실률이 20~30%에 달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한 상품이라도 이해하기 쉬운 단순 구조의 주식·채권·부동산 펀드, 고난도 파생상품이 포함됐지만 여러 안전자산을 담고 있어서 예상 손실률이 20~30%를 넘지 않는 상품만 은행 창구에서 팔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개선 종합방안을 토대로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방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결정에 은행권의 42조원에 달하는 주가연계신탁(ELT) 시장은 사실상 날아갈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은행들은 강한 규제를 받고 있는 공모펀드를 담은 신탁 상품에 대한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재차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비이자수익이 중요한데 42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막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불완전판매가 문제였는데 상품 판매 자체를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은행의 수익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탁의 목적이 소비자의 자산증식인데, 이번 대책에서는 보호에 매몰되면서 이익에 대한 부분이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ELS에서 20~30% 손실률 제한은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반대로 소비자의 수익률도 같이 낮아지는 것"이라며 "애초 이번 문제는 불완전판매가 문제인데 상품 자체의 문제인 것처럼 결론이 나왔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신탁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사항을 거부하면서 42조원에 달하는 신탁 시장이 고사 위기에 빠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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