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 미혼모·부 사회적 편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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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19-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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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혜 의원, 국회서 관련 정책간담회 열고 지원방안 논의

  • 전문가들 "청소년 부모 아동 학대, 사회 구조적 문제 기인"

#1. 아빠 나이는 18세. 엄마 나이는 16세. 청소년 동거 커플이었다. 아이는 태어난 지 10개월이 된 상태였다. 아빠는 택배 기사로 일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역 주민센터에 긴급복지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부부가 사실혼 관계라 아무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부부는 헤어졌다.

#2. 아빠는 16세, 엄마는 17세 청소년 동거 커플이었다. 이들은 아이를 집에서 출산했다. 출산 후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 미성년자 부부라는 이유로 단번에 거절당했다. 아기는 세상에 나왔지만, 세상은 아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 연락이 닿아 도움을 요청했다. 아빠가 직접 탯줄을 잘랐으니 직접 증인이 되어 출생을 증명할 수 있다는 방법을 찾았고 겨우 출생 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4989명의 부모들이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내며 자녀를 키워내고 있다. 청소년 및 20대 미혼모·부의 이야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10~20대 미혼모가 4394명, 미혼부가 595명으로 나타났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미혼모‧부 및 청소년 부모 지원 현황을 듣고 관련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 의원은 "일반적인 부모들도 아이를 낳는 순간 굉장히 약자가 되는데, 청소년 미혼모와 미혼부들이 겪는 사회적 인식이나 정책적 보조가 굉장히 열악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은 청소년 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 부모의 아동 유기 및 학대와 관련, "아동학대는 (부모) 전연령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청소년 부모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청소년들이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사회적 편견이 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회에 참석한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원룸, 모텔, 찜질방에서 아이를 낳고 양육하게 되면 청소년 부모가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학대와 폭력이 일어난다. 그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베이비박스' 문제와 관련해 활동하는 김윤지 BtoB 대표도 "(아기를 박스에 버리는 부모가)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무책임한 부모라고 보는데, 데이터를 보면 실제 30%가 아기를 다시 데려갔다"라며 "부모들이 아기를 키우고 싶지만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대표는 "(청소년 부모의) 원가정이 부재하거나,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거나, 아빠나 엄마가 떠나 미혼모·부가 된 경우거나, 부모 혹은 아이가 장애가 있는 경우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겹쳐서 사회 빈곤층이 된 것"이라고 했다.
 

주미대사 이수혁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서를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의원은 "사회적인 인식 중에서도 주거 지원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배 대표는 "청소년 부부는 제대로 못 살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지원도 안 하고 있는 게 지금의 지원 방식"이라며 "그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정 의원은 "(청소년 미혼모·부 및 한부모 관련) 지원 정보의 일원화와 행정적 절차 단일화는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초등학교나 중학교만 다녔어도 이런 정보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향후 청소년 미혼모·부 및 한부모 관련 정책 마련을 두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긴 인내와 싸움이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여론이 형성되면 좋겠지만 (안되더라도) 개별 의원님들과 접촉할 수 있으니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을 모색하면 좋겠다"고 했다.

 

2018년 전국 10~20대 미혼모, 미혼부 현황 그래프. [사진=국가통계포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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