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튜브] 오늘도 어그로 좀 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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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19-11-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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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 품은 어그로는 시간과 노력 없이 조회수 끌어모으는 치트키

 

[사진=게티이미지]


조회수와 관심이 비즈니스가 되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어그로'는 돈이 된다. 도덕적 기준은 중요하지 않다. 옳고 그름을 따지다간 융통성 없이 꽉 막혔다는 뜻의 '선비충' 소리가 꽂힌다.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 이곳에서는 클릭이 곧 돈이다. 조회수가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경제 패러다임이 어그로를 탄생시켰다. 어그로는 '도발', '골칫거리'를 뜻하는 aggravation의 속어다. 상대방을 도발해 관심을 끄는 행위나 상황을 말한다.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지 하루 뒤, 유튜브에는 자신이 그녀의 전 남자친구라고 사칭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의 죽음을 이용해 돈벌이하는 무속인까지 등장했다.

어그로는 선정적일수록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시청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어그로는 혐오를 양산하기도 한다. 양질의 콘텐츠는 시간과 노력이 필수지만, 혐오는 그 모든 과정이 필요 없는 일종의 치트키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 유튜버는 한국 여성을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섬네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 해당 영상은 3개월 만에 조회 수 240만회를 기록했고, 댓글은 5만개가 넘어갔다. 어그로의 성공인 셈이다.

지난 2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김지수씨는 석사학위 논문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혐오 발언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에서 여성 혐오내용이 소재나 흥미 요소로 자주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창작자의 발언 맥락에 여성 혐오가 포함될수록 창작자 수익으로 이어지는 후원 증가율은 107%로 커졌고, 혐오 발언이 높은 공격성을 띨 때 창작자가 받는 후원금 증가율은 평균 104.1%였다.

그러나 이처럼 고삐 풀린 어그로에 제동을 걸 차단 장치는 부족하다. 아니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송법에서 규제하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피해자가 본인의 사회적 평판이 훼손됐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혐오 발언과 같은 비도덕적 어그로는 특정 개인이 아닌 집단을 겨냥하기 때문에 규제로 통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도덕적 어그로가 이끄는 인터넷 방송의 사회적 결과는 명백하다. 어그로가 돈이 될수록 어그로는 더욱 양산되고 양질의 콘텐츠는 점점 적어져 결국 우리의 콘텐츠 선택권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맞춰 비도덕적 어그로를 다스릴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어그로 파도가 일상을 덮치고 있다. 이를 지켜줄 방파제는 얼마나 높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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