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쳤다

  • 거점지역 여신 점유율 하락…수도권 진출 하느라 안방 단속 소홀

'안방'인 거점지역에서만큼은 최고로 꼽혔던 지방은행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 진출에 정신을 뺏긴 나머지 시중은행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거점지역에서도 밀려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지방은행의 거점지역 여신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광주은행의 광주·전남지역 여신점유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23.44%로 2014년 말 27.98% 대비 4.9% 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의 대구·경북지역 여신점유율은 29.3%에서 25%로 4.3% 포인트 줄었다.

전북은행과 제주은행도 각각 전북지역과 제주지역에서 여신점유율이 4.54% 포인트, 2.36% 포인트 줄었다. 부산은행도 최근 3년 동안 거점지역인 부산·경남지역에서의 여신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이 기간 경남은행만 2% 포인트가량 거점지역 여신점유율이 제고돼 체면을 지켰다.
 

[사진=각 은행]

거점지역에서 점유율 하락은 최근 5년 동안 지방은행이 추진해온 수도권 진출 영업 전략과 연관이 깊다. 전북·제주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은행은 2015~2017년부터 제각기 수도권에 영업 거점을 늘리는 등 수도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 2014년 6개 지방은행의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 점포 수는 36개에 불과했으나 올해 9월 기준 61개로 69.44% 늘었다. 전북·제주은행을 제외한 4개 지방은행의 수도권 점포 수를 살펴보면 15개에서 44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방은행이 수도권 진출에 집중하다 보니 안방에서 벌어진 시중은행의 역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모바일 등 비대면 영업 채널이 크게 발전하면서 지방 고객에 대한 시중은행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됐다.

통상 시중은행은 지방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이 높아 당초부터 마케팅에 유리한 점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은행이 수도권 진출에 신경을 쓰느라 안방 고객에 대한 단속에 소홀해진 탓에 고객이 다수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각 은행]

문제는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DGB대구은행과 BNK경남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모두 2014년 당기순이익 기록과 지난해 및 올해 추정 당기순이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5년 동안 수익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기간 시중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방은행 중에서 오히려 수도권에 지점을 줄였던 전북은행의 당기순이익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수도권에 진출하고 싶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오히려 시중은행이 지방으로 진출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은행이 오히려 안방에서도 경쟁력이 흔들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진=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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