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HP, '다윗' 제록스 인수 제안 만장일치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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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19-11-1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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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치 과소평가"…그러면서도 향후 합병 가능성 열어놔

프린터·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의 이사회가 경쟁사인 프린터 제조업체 '제록스'의 회사 인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고 경제매체 CNBC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록스는 HP에게 주당 22달러의 인수 입찰을 제시했었다. 입찰은 77%의 현금과 23%의 주식, 즉 17달러의 현금과 0.137개의 제록스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HP의 이사회 측은 전날 존 비센틴 제록스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록스의 시장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며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고 HP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HP의 이사회는 "우리는 지난해 6월 이후 제록스의 수입이 110억 달러에서 94억 달러로 감소한 것에 주목한다. 이는 비즈니스의 궤도와 미래 전망에 관한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제록스의 제안은 이메일, 전자문서, 클라우드 등의 보급으로 인쇄된 서류나 잉크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프린터·복사기 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나왔다. 

다만 시가총액에서 HP의 가치는 290억 달러(약 33조7천억원)로 제록스의 3배가 넘는 규모여서 인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또한 HP로서도 당장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2022년 말까지 7000개에서 9000개의 일자리를 삭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세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 감축인원은 전 세계 5만5000명의 직원 중 16%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HP 측은 "두 회사의 '잠재적 조합'의 문은 열어두겠다"며 향후 조건이 달라질 경우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놨다.

HP는 편지에서 "우리는 통합의 잠재적 이익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제록스와의 잠재적 합병을 통해 HP의 주주들에게 창출될 가치가 있는지 더 검토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제록스 주식 10.6%를 보유하고 있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은 최근 HP 주식 12억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그는 양사 합병이 비용 절감은 물론 프린터 옵션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져다줄 수 있다며 합병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HP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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