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82학번-82년생-82세…'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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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부국장
입력 2019-11-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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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超連結·hyper-connected) 세상이다. 초연결시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점·선·면으로 이어진다. 선은 당연히 유·무선. 세월이 흐를수록 시간이 갈수록, 아니 나노초(㎱·10억분의1초) 단위로 더 촘촘해지고 있다. 5G 통신망이나 슈퍼컴퓨터를 넘어선 양자컴퓨터 등장, AI(인공지능) 시대 얘기가 아니다. 씨줄과 날줄이 엇갈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클레이스-손흥민-조국-김지영-제인 폰다, 그리고 공존(共存)을 말하려 한다.

세계5위 규모의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한국의 불공정 채용비리 공범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던 2009년 한국 국책은행과 공기업 임원들이 바클레이스를 해외채권발행 주관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자녀 등을 불법 채용시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미국 증권계의 ‘저승사자’인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는 2009년부터 4년 동안 한국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임원 자녀, 지인을 인턴이나 정직원으로 채용한 대가로 채권 발행 주관사 등에 선정돼 최소 수십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 선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대스타다. 그 프리미어리그의 메인 스폰서가 바로 바클레이스다. 한국에서의 부정채용으로 거둔 수수료 수입 중 극히 일부일지라도 바클레이스가 매년 프리미어리그에 내는 천문학적 스폰서 금액에 포함됐을 거다. 그 돈 중 또 일부(아주 미미하더라도)는 소속팀 토트넘 구단을 통해 손흥민에게도 돌아간다. 우리가 낸 세금(외화채권발행 수수료)이 자기 자식이나 지인을 채용시키기 위한 ‘글로벌 인사청탁 비리’를 저지르는 데 사용됐고, 결국 그게 다시 손흥민 연봉에 들어간 셈이다. 이렇게 초연결된다.

글로벌금융사에 정규직과 인턴 채용을 청탁할 정도의 대한민국에서 고교생의 대학 인턴과정쯤은 식은 죽 먹기일 터. 바클레이스의 금융과 인사의 불공정은 ‘공정성’이라는 화두로 올 한 해를 여전히 뜨겁게 달구고 있는 82학번 조국 전 법무부장관으로 이어진다. 아내의 펀드와 딸 인턴 문제를 다시 풀어쓰는 건 지나친 동어반복이다.

하여튼 1982년에는 대학생이 갑자기 너무나 많아졌다. 서울대는 졸업정원의 130%를 뽑았다. 1981년 본고사가 폐지되는 등 입시제도가 바뀌어 지원자가 미달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신입생 82학번들에 대해 81학번 이상 선배들은 "학교 곳곳에 82학번들이 우글우글, 너무 많다”며 ‘똥파리’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82학번 조 전 장관과 같은 학번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82년생으로 나아간다.

‘82년생 김지영’(김남주 작)을 읽고 심 대표는 이렇게 적었다. “그야말로 ‘헐’ 하며 놀란 건 82년생 김지영의 삶이 82학번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마치 내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은, 기시감 넘치는, 82학번과 82년생, 그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도 메우지 못한 ‘대한민국 여자의 인생 보고서’라니. 보고서 같은 짧은 소설을 다 읽고 나니 가슴이 삶은 고구마 먹은 듯 답답했다”라고.

“해 질 무렵이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고 말하는 82년생 김지영의 아픔은 이제 82세된 제인 폰다가 느끼는 ‘다 함께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아픔’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명배우 고(故) 헨리 폰다의 딸이자 1970~80년대 할리우드 스타 제인 폰다는 최근 미국 워싱턴 DC의 유치장에서 하룻밤 동안 감금당했다가 풀려났다. 미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기후변화 반대 '행동'을 요구하는 연좌시위를 벌이다 체포됐기 때문이다. 제인 폰다는 과거에는 베트남 반전운동, 요즘은 기후변화 시위 등에서 열정을 가진 사회운동가다. 그는 유치장에서 나온 뒤 인터뷰에서 “82년 된 내 뼈가 많이 아팠지만 82세에 체포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매주 금요일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단호하면서도 즐겁게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치장이 온통 검은색”이라며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더 많이 감금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초연결이란 화두를 사람의 몸에 투영해도 마찬가지다. 인체도 점·선·면으로 이뤄지고 이어진다. 그러나 사람의 점·선·면에 직선, 직각, 정육면체는 없다. 모두 다 곡선이다. 인체는 다 둥글게 이어진다. 세상만사도 모두 둥글게 연결된다. 그래서 가로든 세로든 절반으로 딱 나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서는 곤란하다. "나이 서른을 넘은 사람을 믿지 말라(Don't Trust Anybody Over 30)"는 얘기도 맹신하지는 말자.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통해 정의로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완만하고 둥글게 연결돼 있는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82학번 조국을 포함한 586세대(라 쓰고 베이비부머로 읽는다)와 수많은 82년생 김지영, 95년생 이지훈(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5년생 남자 이름 중 최다는 총 2790명인 ‘지훈’이다), 82세 동갑내기 제인 폰다와 대한민국의 ‘태극기 부대’ 할머니가 모두 연결되고 이어져 함께 살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서로 반목하고 미워하고 저주해도 공존하는 세계다.

P.S 이 글을 마감하고 물에 젖은 솜처럼 퇴근하는 길, '애정'하는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흘러 나온 음악 공유합니다. 크리스토퍼 아스트롬(Kristofer Astrom)의 커넥티드(Conn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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