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재무장관 "유로존 은행 통합하자"...다른 국가들 '글쎄'

박기람 기자입력 : 2019-11-06 16:47
"美中금융시스템 과도한 의존 멈추고 브렉시트 대비해야 "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금융시스템을 통합하지 않는 한 유럽은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른바 '유로존 은행연합(banking union)'을 구축하자는 말이다.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창일 때 잠시 논의에 불이 붙었지만,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반발이 심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지 못했다. 유로존 내 수천개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해당국이 아닌 유럽중앙은행(ECB) 같은 유로존 중앙기구에 몰아준다는 게 논의의 골자였다. 

FT는 숄츠 장관이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유로존 은행연합 논의에 돌파구를 열 가능성에 주목했다.

숄츠 장관은 기고문에서 "유로존 금융권을 통합하지 못할 경우, 유럽의 세계적 역할이 훼손될 것"이라면서 "유럽 은행연합을 심화하고 완성시킬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수년간의 교착상태는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회원국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성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납세자의 돈을 보호하는 공정하게 잘 설계된 안전한 은행연합을 갖는 것이 유럽연합(EU)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장관은 "유럽 금융시장은 여전히 분열돼 있고, 자본과 금융 유동성의 자유로운 흐름에 대한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EU 은행들에 대한 균일 과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ECB)과 EU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회원국 정부를 상대로 은행연합을 강화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분열 종식을 촉구해왔다. 이들은 역내 은행이 파산할 경우 세금을 축내는 구제금융 없이 안전하게 청산해 유로존이 경제적 충격에 더 강해지게 하려면 은행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정위기의 교훈인 셈이다.

당시 독일과 네덜란드 등 재정이 탄탄한 나라들은 ECB 등이 그리스를 비롯한 재정위기국을 지원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다. 재정을 방탕하게 운용해 위기에 빠진 나라들을 지원하는 데 자국 국민들의 세금을 쓸 수 없다는 논리였다. ECB와 EU 수뇌부는 유로존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연합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독일 등은 자국 예금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은행 통합에 반대했다.

숄츠 장관은 범유럽 예금보증 매커니즘을 따르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FT는 그가 은행연합 출범의 전제로 내건 조건들이 재정·은행 부문에 대한 각국의 영향력 축소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숄츠 장관은 유로존 은행연합이 출범해야 하는 이유로 미국과 중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내년 1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꼽기도 했다. 

그는 "EU는 브렉시트로 인해 최대의 금융중심지 중 하나인 영국 런던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EU가 은행들의 통합을 촉진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제 EU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금융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면서 "유럽이 국제무대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다면 자본시장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은행연합 사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숄츠 장관의 주장이 독일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 대연정을 꾸린 사회민주당(SPD) 소속이다.

FT에 따르면 독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논의안(은행연합안)은 숄츠 장관의 단독 주장일 뿐, 메르켈 총리와 협의된 건 아니"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숄츠 장관의 방안을 지지해줄지 확실치 않으며, 독일 내부에서 논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유럽에서는 EU는 물론 유로존 통합 체제조차 흔들리고 있다. 유럽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 정다당들은 하나같이 통합 반대를 외치고 있다. 통합 강도를 높이자는 은행연합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예로 EU 회원국인 헝가리의 중앙은행 총재는 달러에 대항하려 출범한 유로화는 '전략적 실수'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가장 강력한 입김을 가진 독일에게만 좋은 제도라는 지적이다.

죄르기 마톨치 헝가리 중앙은행 총재는 전날 FT 기고에서 "유로화가 서유럽을 통합시키는 정상적 조치라는 주장이 있지만, ​단일통화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로화는 전혀 정상적이지 않다"며 "이제 유로화라는 덫에서 빠져나올 시간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일화한 유럽이 아니라 유럽화한 독일을 갖게 됐다"며 "동시에 유로화로도 또 다른 독일의 힘이 등장하는 걸 막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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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19.4.13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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