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2년생 김지영' 공유 "영화가 세상을 바꿀까요?"

최송희 기자입력 : 2019-11-05 00:00
배우 공유(40)는 많은 여성의 이상형이다. 비단 잘생긴 외모, 큰 키, 다감한 목소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 '도가니'를 비롯해 '82년생 김지영'에 이르기까지 그는 꾸준히 사회 문제에 관심 가져왔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젠더 갈등'도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다. 과거 무지와 잘못도 인지하고 있고 개선할 준비도 마쳤다. 모든 논란과 비판에 관해 귀 기울이고 대처하는 자세 역시 반듯했다.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이후 행보는 더욱 확고했다. 원작 소설과 영화의 메시지를 담백하고 반듯하게 받아들인 그는 '젠더 갈등' 가운데 이상적인 독자 내지는 남성의 모습으로 작품을 소화하고 있었다. 타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남자. 과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을 만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대현 역을 맡은 배우 공유[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나 이거 할래!'라고 느낌이 오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많은 시나리오를 선택하지만 그런 감이 오는 건 드물죠. 그런 의미에서 '82년생 김지영'은 저를 흔드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봄에 태어나 결혼, 출산까지 경험한 평범한 여자 김지영(정유미 분)의 삶을 그리고 있다. 현재 대중문화계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이 작품은 한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린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극 중 공유는 지영을 지켜보는 남편 대현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저라는 사람의 사고와 상식에서는 제 가족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김지영으로 시작해 가족, 동료의 이야기를 담고 있잖아요. 그만의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었어요. 어머니 생각도 나고, 아버지 생각도 나고요. 지영이와 같은 성별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관계 속에서 느끼는 상처는 같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모습에 관한 응원이라고 할까요?"

그는 '82년생 김지영'의 본질이 자신의 마음을 건드렸다며 "나의 모습, 과거를 살았던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드라마 '도깨비' 이후, 공유의 차기작은 모두의 관심사였다. 판타지 로맨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궈내며 '로코 킹'의 입지를 굳힌 그는 모두의 예측을 뒤집고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그의 행보가 "뜻밖이다"라고 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젠더 이슈로 캐스팅부터 제작까지 난항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맡은 대현 역은 주인공 지영에 비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캐릭터였으니. 공유의 선택에 업계는 물론 팬들까지 놀랄 만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대현 역을 맡은 배우 공유[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도깨비' 이후 행보는···. 아마 대표님의 고민이었겠죠? 하하하. 외부에서 저를 보는 시각에 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게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선택하는 것) 어려운 일도, 고민거리도 아니었어요. '이게 걱정할 일인가?' 생각하기도 했죠. 저는 배우잖아요. 공감을 받고 위로받은 시나리오가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이 역할을 하고 싶다는 단순함에서 시작된 거 같아요"

공유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대현에게 접근했다. 평범한 가장의 삶, 대중이 보는 배우 공유의 이미지 등등 염두에 둬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았다.

"기존에 맡았던 작품, 캐릭터 등으로 대중이 생각하는 '공유'의 모습이 있잖아요. 다정하고, 근사한 모습 같은···. 그런 모습이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왜 인터넷에 '남편이 공유인데'라는 우스갯소리들 있잖아요. 그런 이미지 때문에 영화를 보는데 몰입이 안 될까 봐요. 감독님께 '대현이 너무 착하고 좋게만 보이면 어떡하죠?' 물어보기도 하고요. 대외적인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나 봐요."

하지만 김도영 감독은 공유의 우려를 말끔하게 해결해줬다. 두 사람은 캐릭터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고 대현이라는 인물의 빈칸을 채워나갔다.

"제가 생각하는 대현은 조금 더 무심하고, 눈치 없는 남자였는데 감독님은 스크린에 그려지는 딱 그 정도만 표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뭘 몰라서 시나리오를 보고 '이 정도면 좋은 남편 아닌가요?' 묻기도 했었는데···. 하하하. 전체적인 흐름을 읽으면서 납득이 갔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중, 대현 역의 공유[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유는 대현이 "기능적인 역할"이라며 그가 해야 할 일들을 톺았다. 캐릭터에 관한 완전한 이해를 곁들이면서.

"대현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일을 직면했을 때 직접 말하지 못하고 에둘러 말하려고 하고. 저도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어서 대현의 마음이 이해가 갔어요. 캐릭터가 기능적이다, 평면적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저는 그 안에서 소소한 결이 있다고 생각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이입되도록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나 같아도 그럴 수 있겠다'며 대현에 대한 측은지심도 들 수 있도록이요. '그래, 너도 힘들겠구나. 애쓴다'라는 식."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작품 속에서 그의 어머니를 떠올린 터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울다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어요. 다짜고짜 '엄마는 날 어떻게 키웠어?' 하니 그냥 웃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원작소설이 있는 작품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엄마 생각, 내 유년 시절이 생각나더라'고 했어요. 어머니께서 '너는 치우쳐져 있는 사람 같지 않으니. 잘 키운 거 아닐까?' 하셨죠."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지영을 비롯해 대현, 두 인물의 부모님 등 많은 인물이 그의 마음을 흔들고 지나갔다. 공유는 자신의 삶과 사회 등에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며 결혼과 육아 등 현실적인 문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대현 역을 맡은 배우 공유[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30대 중후반이 되며 결혼과 멀어졌는데 그런 고민이 늘더라고요.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어떤 세상에서 키울지'에 관해서요. 결혼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예전에는 몰랐죠. '때 되면 가야지'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교육받았어요. 그게 행복이라고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개인의 선택이나 의무도 아니죠. 쉽지 않은 문제예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젠더 이슈'를 몰고 다니는 '82년생 김지영'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냐고 물었다. 영화 '도가니'가 장애인과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공소시효 폐지와 함께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일명 '도가니법'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비관적이고 냉소적이지만 저는 영화가 세상을 바꿀 거로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반짝'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요. 희망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제가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화두를 던지는 거죠. 부끄럽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무심한 아들이 어머니께 전화해 '날 어떻게 키웠느냐'고 물을 수 있는 것처럼. 그런 질문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먹고살기 바쁘다 보면 또 잊고 살겠지만 어떤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제 역할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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