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좋아지길"…신카이 마코토 '날씨의 아이', 불매운동 비껴갈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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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10-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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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매체와의 만남을 원한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의 뜻에 따라 귀국 일정을 급히 하루 연기,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전 세계 투어 중 한국을 가장 방문하고 싶었다는 감독님의 깊은 애정에 동참해주길 바랍니다."

지난 29일 밤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국내 홍보사가 긴급 기자회견 소식을 알려왔다.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서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국내 매체와의 만남을 원한다는 것이다.

앞서 최근 일본 아베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아 우리나라 수출을 규제, 한일관계가 경색해졌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노 재팬'이라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이는 문화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서 인기를 모았던 일본 영화인의 내한이 취소되고 영화 개봉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에 따라 '날씨의 아이'도 날짜를 미뤄 오늘(30일) 개봉했다. 영화 팬들의 기대와 '노 재팬' 운동 속,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내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노 재팬' 운동과 사회적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다며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충분히 질책해달라"고 말하던 것과 달리 홍보사 측은 기자회견 전 "한일관계 언급을 말아달라"고 말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공감해달라"는 입장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에서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도 받은 바 있다. 그는 훌륭한 '영화감독'이고 평소 사회문제 등을 작품에 녹여왔기 때문에 충분히 현 사안을 논의할 만했다. 하지만 영화사 측은 이를 우려했다.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에 비해 아쉬운 내용이었다.

아쉬움과는 별개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한국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쓴 과정을 언급했다. 또 "한일관계가 좋아지길 바란다"는 마음도 내비치며 애정 어린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는 도시에 온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하는 소녀 히나를 운명처럼 만나 펼쳐지는 아름답고도 신비스러운 비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는 "드디어 한국에 올 수 있게 돼 안심이다. 개봉일이 연기돼 '한국에 못 오는 건 아닌가?' 불안한 마음이었다. '너의 이름은.'으로 한국을 찾아왔을 때 관객들에게 '3년 뒤에 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지키게 돼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제가 한국을 유달리 좋아하는 건, 저의 작품을 처음으로 '영화'라고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2004년 처음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그 작품으로 상도 받았다. 그 뒤부터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는 아름다운 풍광이 담겨있지만 그 안에 자연재해와 빈곤한 사회 등을 연상하게 만드는 요소가 녹아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 이후 일본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반짝거리기보다 '어차피 좋은 집에서 살 일이 없다'고 포기하는 식이다. 가난하고 힘들더라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영화 '날씨의 아이' 메인 포스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의도와 달리 일각에서는 '너의 이름은.'이 동일본 지진을 가볍게 다룬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저는 논쟁 자체는 부담으로 여기지 않는다. 영화는 엔터테인먼트다. 이기적인 사람의 선택을 그려낼 수도 있고 실제로 일어난 재해도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여러 의견과 반대 의견도 나올 수 있고 저는 그걸 관찰하며 '다음에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논쟁을 소중하게 여긴다. 영화 자체의 논쟁은 괜찮지만 저 자신이 가십거리가 돼 공격받는 건 힘들다"라며 웃었다.

약 40분가량의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3년 뒤 한국과 일본 사이도 좋아지고 저도 한국에 와서 관객분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정리했다.

한편 '날씨의 아이'는 '너의 이름은.'으로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도시에 온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하는 소녀 '히나'를 운명처럼 만나 펼쳐지는 아름답고도 신비스러운 비밀 이야기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한국을 찾아왔고 친구도 생기고 수많은 추억도 생겼다. 언제나 영화를 만들 땐 곁에 한국 분들이 계시다는 느낌이었다"라며 '날씨의 아이'로도 꼭 한국을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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