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역설… 대출금리 급등 이자 부담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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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19-10-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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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준금리 인하에도 보금자리론 내달부터 2%→2.2%로 인상

  • 주담대 금리 두달새 0.4%p 상승·가계대출 연 3%대로 반등

  • 대규모 국채 발행·신예대율 적용 등 영향 시장금리 오른 탓

기준금리는 내려가는데 차주의 대출금리가 오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채권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최저금리를 11월부터 2.0%에서 2.2%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인상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보금자리론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오른 영향이다. 8월 중순 연 1.127%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8일 현재 1.629%로 0.5% 포인트 넘게 뛰었다.

금리가 오른 건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의 5년 고정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말 2.39~3.39%로 저점을 찍은 뒤 9월 말 2.55~3.55%, 10월 30일 현재 2.79~3.79%로 두달 만에 0.4% 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은 금융채 금리(AAA 5년)에 따라 고정금리를 결정하는데, 8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1.431%였던 금융채 금리가 10월 29일 1.806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5년 고정 혼합형 금리 역시 30일 연 2.46~3.96%로 2주 전보다 0.15% 포인트 올랐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현황'에서도,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연 3.02%로 한 달 전보다 0.1% 포인트 올랐다. 지난 8월 역대 최저점을 경신했던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은 시장에서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내려가지 못할 것으로 받아들인 탓이다. 금리 동결 소수의견(2명)이 등장한 데다 이주열 총재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국채를 대거 매도했다는 분석이다.

또 내년도 확장재정을 예고한 정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을 예상한 외국인이 미리 채권을 팔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2020년 1월부터 적용될 신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은행의 커버드 본드 발행이 늘어나는 점도 추가적인 공급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달에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이 줄줄이 채권을 내놓은 데 이어 KEB하나은행 등도 연말까지 발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예대율은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을 15% 낮추는 것이 핵심인데, 예수금의 1% 내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액을 예수금으로 간주해 주기 때문에 채권 발행이 계속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연말까지 2조~3조원의 추가 커버드본드가 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매도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 채권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서민들은 높은 금리의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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