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1년 반 동안 꾹꾹 참아 온 대선배 김종갑 사장의 苦言

홍성환 기자입력 : 2019-10-30 14:43
"복지와 정부 정책은 정부 돈으로 하는 게 맞다" "전기요금 특례 할인 폐지…전기요금 인상 필요" 산업부 "요금체계 개편 틀에서 논의할 문제" 곤혹스러운 해명
계속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애초부터 한전의 수익성 회복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온 그다. 그가 이번엔 전기요금 특례 할인 제도를 없애겠다고 다시 포문을 열었다. 관료 출신이지만 20년 가까운 시간을 민간 기업에서 보낸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작심 발언이다.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과 온갖 선심성 할인제도로 한전 수익성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받는 정부는 김 사장의 이런 고언(苦言)이 아플 수밖에 없다.

김종갑 사장은 30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현재 전기요금에 온갖 할인제도가 들어가면서 누더기가 됐다"면서 "새로운 특례 할인은 없어야 하고,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 모두 시한이 되면 일몰시키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특례 할인을 거론하면서는 "할인 없이 전기요금을 다 받아도 휘발유 가격의 32%에 불과한데, 지금은 휘발유 가격의 7%밖에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복지와 정부 정책은 정부 돈으로 하는 게 맞다"고 일갈했다.

김 사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도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기는 누구든지 원가를 내고 사용하는 서비스였으면 좋겠다"는 기본 취지다. 그러면서 "현재는 90% 정도밖에 원가 회수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기요금을 지금 내가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이 작년 4월 취임한 이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적자 늪에 빠진 데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당시 그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는데,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경영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수조원대 흑자를 내던 한전은 지난해 4분기에 1294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 상반기에만 적자 규모가 9285억원에 달한다. 경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까지 당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수익성 저하와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 부담을 이유로 한전의 자체 신용도(SACP)를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김종갑 한전 사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 산업부 속성 꿰고 있는 대선배의 고언 

김종갑 사장은 관료 출신이면서도 20년 가까운 시간을 민간 기업 CEO로 일했다. 그래서 정부와 관료의 속성을 물론 시장 경제 상황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07년 공직에서 물러나자마자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을 맡았다. 주로 통상 업무를 담당했던 그였지만, 하이닉스 사장으로 취임하며 적자 늪에 빠져 있던 회사의 회생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2011년 독일계 기업인 지멘스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4월 위기를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한전 사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 정책에 끌려다니면서 민간에 있을 때와 달리 '정부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종갑 사장은 관료 출신이지만 기업에 오래 몸담아 왔기에 민간에서 하던 것처럼 회사를 경영하고 싶겠지만 제약이 많아 답답했을 것"이라며 "최근 일련의 강도 높은 발언은 그런 심정에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김 사장의 이런 작심 발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곤혹스러운 눈치다. 탈원전 정책과 각종 할인제도로 한전 적자 누적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어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론에 대한 부담도 크다. 게다가 김 사장의 뿌리는 산업통상자원부다. 관료 사회의 속성을 꿰고 있는 대선배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한전의 입장에선 여러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정부와 협의가 이뤄진 사안은 아니다"면서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편의 틀 내에서 논의할 문제"라는 짤막한 해명에 그쳤다.

김종갑 한전 사장 프로필

△1951년 경북 안동 출생 
△1969년 대구상고 졸업
△1974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75년 행정고시 17회 합격
△1997년 통상산업부 통상협력국장
△1999년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2003년 산업자원부 차관보
△2004년 특허청장
△2006년 산업자원부 제1차관
△2007년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 사장
△2011년 지멘스 대표이사 회장
△2018년 한국전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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