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석에서] 아버지에 대한 '깊은 이해'...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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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10-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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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 남명렬·정원조 주연…부자 역으로 감동 선사

[(왼쪽부터) 아들 역을 맡은 정원조와 아버지 역을 맡은 남명렬. 사진=국립극단 제공]

[데일리동방]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는 99% 실제로 있었던 일들입니다. 대본을 쓰기 위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써 놓은 일기를 꼼꼼히 봤고 어머니, 형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특별하다. 평범한 한 아버지가 살아온 실제 이야기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네 아버지가 겪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품이 마음으로 읽히는 이유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김재엽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오는 11월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2013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대한민국연극대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2014년 한 차례 재공연한 ‘알리바이 연대기’는 5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지난 16일 개막 공연 했다. 

김재엽은 본인과 자신 가족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개인 일생에 한국 현대사를 촘촘히 엮은 수작이다. 김 연출은 “이전 세대를 무대 위에 오롯이 불러냄으로써 우리 현재와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제작 의도를 드러냈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1930년 일본국 대판시(현 오사카) 동성구 대금리정 556번지에서 태어난 故 김태용님 일생을 담은 작품이다. 아들 재엽 역을 맡은 배우 정원조가 해설자로 나서 아버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남명렬은 진솔한 연기로 일제강점기와 수많은 대통령을 겪은 삶을 담담하게 전한다. 아버지가 가족에게 가진 깊은 사랑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김 연출은 “이 연극은 지금은 곁에 없는 죽은 아버지들이 겪은 삶에 대한 작품”이라며 “아버지들이 가졌던 꿈이 바로 살아 있는 우리였음을 기억하는 연극이다”라고 적었다. 연대기처럼 아버지 삶은 자식들에게 그리고 손자들에게 이어진다.

개인과 역사를 묶어내는 과정에서 작가는 딱딱하게 사실을 나열하지 않았다. 현대사에 영향을 받은 개인이 겪은 삶을 진솔하게, 때로는 웃음과 함께 전했다. 왜 '아버지'가 "튀지 말고 중간에 서라"는 말을 했는지 연극을 보면 이해가 된다. 작품을 본 관객들에게 생각할 것들을 많이 던져주는 연극이다.

‘아버지’가 극 중 윌리엄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읽으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를 말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명대사는 인생을 거친 후 더욱 깊어진다.

작품 중후반에 ‘아버지’는 “살아보니 단순히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더라. 때로는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죽느냐가 더 큰 문제일 때가 있더라”라는 대사를 한다. 관객석에서 '아버지' 일생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배우 남명렬과 정원조. 사진=국립극단 제공 ]

무대 위 영상으로 구현되는 사실적인 1960~70년대 풍경은 ‘알리바이 연대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화가 정재호가 그린 근대도시 풍경과 건축물들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중견 배우가 느끼는 ‘알리바이 연대기’는 남다르다.

남명렬은 “돌연 한국에 와 경계인처럼 한 발 떨어져 현대사를 보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라며 “개인적인 삶이 사회와 연결된 부분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남명령, 정원조와 함께 지춘성(소년 역 외), 이종무(재진 역 외), 전국향(어머니 역 외), 유준원(큰아버지 역 외), 유병훈(사촌 형님 역 외), 백운철(신문팔이 역 외), 유종연(선거운동원 역외)이 무대에 올라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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