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老일자리 앞장 유통기업] UN도 인정한 CJ ‘실버택배’…편의점업계 “어르신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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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9-10-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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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대한통운 실버택배 모델 美 포춘 선정 ‘세상을 바꾸는 기업 TOP50’ 선정

  • CU·이마트24, 시니어 스태프 채용해 인건비 절감...GS25, 고물수거사업 일대일 매치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9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 중 15%에 달한다. 아직은 30~50대가 두터운 항아리 형태로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206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가 전체의 43.9%에 달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층의 노년부양비 부담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10.2%에 불과했다. 생산연령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한 셈.

하지만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지난해 노년부양비는 20.5%로 급증했다. 생산연령인구 5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젊은층의 노년부양비 부담이 커진 반면 노인 일자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노인들도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스스로 일자리를 찾지만, 마땅한 일거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소비자와 접점이 큰 유통기업들이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일의 노동강도가 세지 않고 생활편의적인 분야가 많아 노인 접근성이 좋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이미지 개선 효과도 커서 상호 윈윈하고 있다.
 

한 어르신이 CJ대한통운의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인 ‘실버 택배’ 전용 친환경 카트 앞에서 택배 상자를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택배車 못가는 틈새 ‘실버택배’가 간다

CJ대한통운이 운영하는 어르신 택배, 일명 ‘실버택배’는 노인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013년 처음 가동한 실버택배는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배송원이 아파트·주택 등 주거밀집 지역 내 구축한 배송거점을 기반으로 손수레 또는 친환경 전동카트를 이용해 인근 지역에 택배를 배송하는 모델이다. 

CJ대한통운은 실버 택배에 활용되는 친환경 배송장비와 택배물량을 제공하는 한편 물류운영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 일자리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 협력, 일자리 수행기관관리를 지원하며 서울시, 인천시, 전남도 등 지자체는 거점부지, 행정, 부가사업모델 발굴 등을 지원한다. 한국시니어클럽과 대한노인회는 시니어 배송원의 채용과 교육, 관리를 맡고 있다.

10월 현재 실버택배를 통해 170여개 거점과 1400여개의 노인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매월 1인당 40~6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실버택배는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인 빈곤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기업은 단지 내 마련된 공동체 친화형 택배 네트워크를 확보, 배송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으니 기업과 사회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형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실버택배 참여자들의 실제 만족도도 좋다. 노인 1인당 하루에 3~4시간 근무하며 배송하는 택배 물량이 40~60개여서 체력 부담이 적다. 또 매일 발생하는 택배 물량 덕에 일자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된다.

특히 실버 배송원들은 택배 업무를 통해 동료나 주민들과 대화하고 사회적 유대관계를 맺으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높은 소속감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택배를 받는 고객들의 호응도 좋다. 친숙한 동네 어르신이 배송해주니 안심하며, 동네에 노인 일자리가 생기니 지역 사회 경제 활성화 효과도 느끼기 때문이다.

실버택배 모델은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7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 50’에 국내 기업을 최초로 선정했다. 영국 경제지 ‘더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대표적 노인 일자리 창출 사례로 소개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유엔으로부터 노인일자리 문제개선 공로를 인정받아 ‘지속가능발전목표 이니셔티브(SDGs Initiative)’에 우수사례로 ‘SMART 인증’을 받아 UN 공식홈페이지에 등재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지속가능경영활동을 이행한 기업에 수여되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기업 이행상’도 수상했다.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UN 지속가능개발목표 정상회의 2019’에서는 130개국 정부 대표들이 공유하기도 했다.
 

편의점 CU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스태프' 제도에 참가한 만 60세 이상 남녀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시니어 스태프’로 젊은층 인력난 메운다

편의점업계도 노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이다. 젊은층에 비해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세대인 60대 이상 시니어들을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가맹점의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비단 일자리뿐만 아니라 노인들과 연계 사업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2008년부터 업계 최초로 복지부·노인인력개발원과 협약을 맺고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 스태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구직을 원하는 만 60세 이상 노년층이 노인인력개발원에 지원 신청하면, BGF리테일의 정규 교육과정 이수 후 전국 CU 점포에서 시니어 스태프로 정식 채용되는 제도다.

가맹점은 교육을 수료한 시니어 인력을 채용하면 정부기관을 통해 월 급여의 50%를 최대 3개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교육 수료생은 800여명에 달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시니어스태프 제도를 통해 노년층은 경제활동의 기회를 얻고 가맹점은 우수 인력을 얻는 동시에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켜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 정책에 기여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둔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이마트24도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우리은행, CJ대한통운과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3년간 노인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되는 ‘시니어 편의점’ 운영에 나섰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만 60세 이상 시니어들을 선발하면, 이들은 수익성이 보장된 이마트24의 시니어 편의점의 경영주가 되거나 직원으로 채용된다.

경영주는 매월 고정 월회비와 임대료만 납부하면 되고 가맹비 면제 혜택도 받는다. 또 우리은행을 통해 개점투자비(상품준비금, 소모품비)를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수도권 지역에 시니어 편의점을 3개 오픈했고, 2019년에는 광역시로 확대해 5개점을 추가 오픈하며 내년까지 전국 총 20개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GS25 충주칠금점 근무자(왼쪽)가 '모아모아 고물상' 참여 어르신에게 재활용 종이를 전달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제공]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국내 노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재활용품·고물 수거 관련 사업을 지원, 간접적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다.

지난 8월 충주시니어클럽과 업무협약을 맺고 고물 수거를 원하는 GS25 점포 40여곳을 선정, 다량의 고물을 취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체와 1대1 매칭했다.

GS25는 협약에 따라 충주 지역의 편의점에서 발행하는 박스와 빈병 등을 충주시니어클럽의 노인 일자리 사업체인 ‘모아모아 고물상’ 참여 어르신에게 제공한다.

노인들은 다량의 고물을 안정적으로 수거해 지역 고물상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 한편 원거리 이동이 적어져 수고로움도 덜 수 있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 업태의 특성상 365일 폐지나 빈병 등이 다량 발생하는데, 이런 특성을 살려 노인 일자리 창출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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