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국민을 해칠 권리는 국민 자신에게만 있다

김기원 변호사(성균관대학교 노동법 박사과정)입력 : 2019-10-20 09:00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검찰에게 ‘성찰하라, 수사방식도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검찰청 관계자는 9월 27일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지침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모습은 검찰이 공정하고 중립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한편 ‘검찰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권력’은, 능력이나 권한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여 중립적 기관을 위협하여 부패시킬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현직 대통령, 장관, 검찰총장이라 하여 바로 ‘살아있는 권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권한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누군가를 조종하려고 들어야 비로소 ‘권력’이 된다. 알파고는 욕구나 감정이 없어 항상 공정하므로 언제나 주인이 요구하는대로 최고의 수를 둔다. 주인이 알파고를 미워하여 알파고를 매일 발로 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알파고에게는 권력이 없다.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공정한 대통령이나 검찰은 인공지능 업무처리기계와 마찬가지다. 공정한 업무처리에서는 소위 ‘떡고물’이 없기 때문이다. 권한은 주관적으로 작동하여 편향성을 창출할 때 권력이 된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은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자처했다. 알파고처럼 일은 잘하지만 권력은 없는 국민의 종복이 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 독립된 권력과 영혼을 가지고 대통령 및 법무부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점이다. 행정부의 권력은 대통령에게만 있어야하며 검찰에게는 사실상의 권력이 있을지언정, 관념적으로는 권력은 없고 권한만 있어야 한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대로 3부에서 독립된 영혼을 가진 것은 국가의회 의원, 지자체의회 의원, 대통령, 판사 뿐이다. 장관이나 검찰총장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으므로 국민이 통제할 수도 없다.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이며 독립성과 영혼이 없는 조직이다. ‘살아있는 권력도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공정한 검찰 권력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살아있는 권력도 공정하게 수사하도록 검찰의 권한을 통제하는 것이 공정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다’라고 하는 쪽이 보다 정확하다. 검찰에는 권력이나 영혼이 없어야하고, 공정하거나 공정하지 않게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 검찰은 행정부에서 유일하게 영혼과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검에 불과해야 한다. 설사 검찰이 공정한 판사처럼 행동하여 독립된 권력이나 영혼을 가지는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의 공정한 영혼을 그림자처럼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법원은 소극적인 판결을 하는 사법부의 특성상 진정으로 중립적일수 있으나, ‘법원과도 같이 중립적인 검찰'은 처음부터 없다. 수사와 기소는 행정부의 다른 업무가 그렇듯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며 적극적인 행위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도 굽힘이 없다면, 그것은 공정한 대통령이 아군에게도 공평하게 검을 휘두르는 것이며 적극적으로 공정한 정치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즉 법원의 공정은 비정치적이지만, 검찰의 공정은 ’정치적으로 공정‘한 것이다.

검찰이 부패한다면 그것은 검찰의 독립적 부패가 아니라, 국민들이 부패한 대통령을 선택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진 검이 부패한 방향으로 휘둘러진다는 의미여야 한다. 부패한 대통령의 통제를 듣지 않아 독립적으로 공정한 검찰보다는, 차라리 부패한 대통령의 통제에 따라 부패하는 검찰이 낫다. 이 경우 국민들은 공정한 대통령을 선택하여 공정한 검찰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게 독립성과 영혼을 인정한다는 것은, 현명한 국민들이 반성을 거듭하여 공정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선출하여 제도적·개인적인 부패 가능성을 제거해도, 검찰이 독립적으로 부패할 수 있는 위험성을 방기하는 것이다.

윤 검찰총장은 진정으로 강직하고 훌륭한 인물로 보인다. 검찰 구성원들이 이러한 사람들로만 채워진다면 매번 명군만 탄생하는 전제군주국가처럼 걱정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대통령과는 별도의 권력과 영혼을 가진 것인양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는 것이 공정한 검찰’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모든 행정부 부처가 그렇듯, 해당 부처의 유능·무능·공정·부패는 모두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이다. 해당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독립성과 영혼을 보장하여 행정부의 공정성을 보장하려고 하는 것은 선거로 통제 불가능한 권력을 창출하는 것이어서 위험하다. 검찰 이외의 행정부 기관이 ‘대통령의 지시는 부당하니 우리가 소신에 비추어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대로 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검을 부패한 의도로 휘두르는 불공정한 정치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도구인 검찰이 별도의 독립성과 영혼을 가진것 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하고 조 장관을 수사하지 않거나 봐주는 것이 올바른 행위라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올바르거나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검찰을 지휘할 권한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관념적으로는 현재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 검찰의 영혼과 독립성을 인정하여 대통령과 검찰이 대립하는 것으로 보는 듯한 평가는 현실적으로 그러할지 모르나 관념적으로는 부적절하다.

검찰이 독립성과 영혼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타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안은 달라져야 한다. 검찰을 사법부처럼 독립시켜 ‘수사판사’와 같은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 또는 교육감처럼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을 선거로 선출할 수 있다. 지금처럼 선출된 대통령과 별개의 영혼과 독립성을 가진 것처럼 여겨지면서도, 선거를 통한 통제를 받지 않는 검찰은 전제군주제와 동일한 문제를 가진다. 전제국가의 신민들은 군주의 능력과 공정성을 통제할 수 없다. 한국은 대통령이 검찰을 인사권으로 견제할 수는 있으나, 어느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더라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는 지점 및 일단 검찰총장이 되고 나면 대통령의 지시를 따를 유인이 감소하여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에서는 수사·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을 통제하기 어렵다. 국세청이나 경찰청 같은 다른 조직은 나름의 권한에도 불구하고 수사·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과 대립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검찰이 대통령과 별개의 독립성을 가지게 된다.

국민이 부패한 대통령을 선출하여 검찰이라는 검을 부패하게 휘두르게 한 것은, 국민 자신의 선택이자 책임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잘못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선출되지 않은 검찰이 독립성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공과는 국민들이 통제할 수 없다. 검찰의 중립성을 검찰 구성원의 개인적 자질에 맡겨버리고, 국민들에게 통제권도 책임도 없도록 하는 것은 임금의 덕망에 국민들의 운명을 맡기고 정치적 관심을 꺼버리는 독재국가가 민주국가보다 나을수도 있다는 관념의 일환이다. 다나카 요시키의 소설에 나온 문구이다. “국민을 해칠 권리는 국민 자신에게만 있다.”


 

[사진=김기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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