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정국에 랠리 기대하는 금융시장..."클린턴 때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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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9-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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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원서 탄핵안 올려도 공화당 장악 상원서 부결 확실시

  • 빌 클린턴 때도 마찬가지...미국 증시는 오히려 랠리 펼쳐

  • 탄핵정국에 무심한 시장..."정치보다 경제뉴스 챙겨야"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시도로 격랑에 빠진 워싱턴 정국과 달리 뉴욕 금융시장은 평온한 분위기다.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 속에 탄핵 무산 쪽에 베팅이 몰리면서 뉴욕증시는 오히려 랠리를 펼쳤다. 시장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례를 근거로 하원에서 민주당의 탄핵 시도가 성공해도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자신의 유력 대권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전날 의회에서 '헌법 위반'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은 녹취록이 사실상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본다.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조사를 압박하거나 대가를 제시한 대목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조사를 종용하는 듯한 언급이 거듭됐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탄핵 정국을 한층 더 뜨겁게 한 녹취록 공개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올랐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0.6% 넘게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1% 넘게 뛰었다. 

"미·중 무역협상이 생각보다 빨리 타결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이날 주식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며, 하원이 트럼프를 탄핵해도 상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하원 과반이 동의해야 탄핵소추가 이뤄지고 상원 3분의2가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현재 하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다. 하원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을 결정해도 사실상 상원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구조다. 현재로서는 하원의 탄핵소추 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WP는 이날 자체 분석 결과, 하원의원 435명 가운데 트럼프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지지하는 이가 민주당(전체 235명) 217명과 무소속 1명 등 모두 218명이라고 전했다. 간신히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탄핵 위기가 20년 전 클린턴 대통령이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본다. 시장에서 랠리 가능성에 베팅이 몰리고 있는 이유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맺은 부적절한 관계를 덮으려다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상원이 하원의 탄핵안을 부결시켜 기사회생했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에 따르면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드러지리포트의 보도로 르윈스키 스캔들이 처음 불거진 1998년 1월부터 상원이 클린턴에게 탄핵 면죄부를 부여한 이듬해 2월 사이에 28% 올랐다. 

폴 히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 설립자는 이 기간 어느 시점에 지수가 20% 하락한 적도 있지만, 이는 백악관 문제보다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과 미국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붕괴 사태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LPL파이낸셜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된 뒤 1년간 S&P500지수는 39.2% 올랐다.

히키는 이날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탄핵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고 싶다면 워싱턴보다 경제 뉴스에 관심을 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다만 이번 사태가 잠재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미국과 이란 갈등, 2020년 미국 대선 등 다른 '와일드카드'와 맞물려 시장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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