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컨트롤타워' 시급하다

곽재원 가천대 교수 입력 : 2019-09-18 16:58
 

[곽재원 교수 ]



[곽재원의 Now&Future] AI(인공지능)가 세계적인 붐이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가 선포된 이래 3년여 흐른 지금 세계의 관심은 AI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21세기 AI 붐의 발신지는 판교다. 2016년 3월 9~15일 서울에서 이세돌과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AI로 무장한 알파고와의 세기적인 바둑 대결이 열렸다. 그 전날인 8일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에서 일파고 개발자를 초청해 ‘AI가 여는 미래’를 제목으로 포럼을 개최했다. 세계로 전해진 AI 뉴스는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이었지만 그 오리지널은 판교 포럼이었다. 그 판교가 지금 AI 클러스터 허브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와 KAIST, 성균관대학은 판교 기업들과 함께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AI 산업 생태계를 짜기 시작했다. 두 대학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한 AI 대학원을 설립해 국내외에서 AI 전문가들을 교수로 영입하고 석박사과정 신입생을 뽑아놓은 상태다. 명실공히 관산학연(官産學硏)의 스크럼이다.

AI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오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에 전남 광주에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이후 100대 국정과제로 올렸다. 광주시는 오는 2024년까지 첨단지구에 4000억원을 투입해 ‘AI 산업융합집적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 예산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추진된다.
박정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산업화에서는 일본이 앞섰지만 우리는 디지털화에서 앞섰다. AI 강국으로 가야지 일본이 던져준 소재·부품만 집중하다 보면 2030년에는 똑같이 AI에서도 종속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가 중소기업 AI 경쟁력을 기치로 내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광주시와 함께 AI 클러스터 조성을 주도하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손잡고 슈퍼컴퓨터 활용과 국가과학기술연구망(KREONET)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판교와 광주의 AI 협력도 모색중이다. 정부의 AI지원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아주경제가 주최한 ‘인간중심 AI와 인더스트리 4.0’ 글로벌 포럼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AI·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야에 1조7000억원 투자,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자동차 산업에 3조원 투입, 5G 기술 공공서비스에 적용하는 프로젝트 확대, AR과 VR 콘텐츠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계획을 포함해 10월중 ‘AI 국가전략’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적 사업으로 총력을 모으고 있는 이러한 AI 사업들이 세계의 선도적 위치에 서려면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첫째, AI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지능형 반도체, 디지털 콘텐츠, 국방, 바이오 의료, 스마트 모빌리티 등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들에 대한 연구개발, 사업화, 시장화로 가는 전 과정을 컨트롤하는 장치와 기구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자칫 중구난방의 예산지원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의 연구개발(R&D) 부문 예산은 올해보다 17.3% 늘어난 24조1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 예산은 27.5% 늘어난 23조9000억원이다. AI와 소재·부품·장비 등을 커버할 두 부문의 예산은 정부 예산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승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둘째, AI 사업은 산업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측면에서 뚜렷한 목적사업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대학과 연구기관의 AI 연구개발은 인재양성과 기초기술, 원천기술 확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성과를 만들어 내야하기 때문에 기업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긴요하다. 선진국들이 기업중심의 보텀업(하의 상달) 체제를 갖추고 있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한·일관계를 뛰어넘는 강한 경제, 제조강국을 실현하자’고 역설한 점도 재음미해 볼 일이다.

셋째, AI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미·중 경제전쟁 복합적 구도를 이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구글과 화웨이를 앞세워 5G(5세대 통신망)와 AI 경쟁을 펼치는 이면에는 글로벌 리더십, 무역, 안보, 기술 등에 대한 패권다툼이 도사리고 있다. 예컨대 일본이 안보사항을 걸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빼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AI는 지금 글로벌 기술냉전의 핵심이다.배송서비스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김명환 실장(빅데이터 전문)은 “AI의 경우 현재 상태라면 한국은 중국에 시장, 기술, 인력 등 모든 면에서 뒤떨어져 있다. 중국의 인재들은 이미 스탠퍼드대학과 실리콘밸리를 쓸고 지나갔다. 한국이 선택할 길은 니치마켓을 찾거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손을 잡는 것뿐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2~3년이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넷째, 정부가 재정압박으로 지원을 줄이거나, 사업이 기한이 되어 지원을 끊을 경우 사업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끌고 갈 것인가 ‘지원 후(後) 대책’이 처음부터 마련해야 한다. 정부지원 사업의 대다수가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지원 후 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특히 AI처럼 대규모 예산이 집중 투입될 때는 이 점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경제는 내년도 예산을 40조원 이상 늘리면서 소득주도성장에서 재정주도성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양상이다. 증폭예산으로 정부 역할은 당연히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정책의 유연성이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도 된다. 게다가 정치불황과 정책불황의 요인도 늘어나고 있다. AI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정부예산의 증폭은 플러스, 마이너스 두 개의 측면이 있다. 재원을 집중할수 있다는 점에선 플러스이지만 정부관여가 심해 질 수 있다는 점에선 마이너스가 된다. AI는 자유도가 높은 분야이기에 전례없는 신산업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총화(總和) AI는 과거와 같이 버블로 끝날 것이라는 일부 경계에도 불구하고 모든 나라가 국운을 걸고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우리도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급행열차에 올라탔다. ‘AI 한국호’가 되돌아갈 수 없는 노 리턴(No Return)의 분기점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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