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싸움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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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9-09-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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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권 침해 소송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인력 빼가기와 그로 인한 기술유출로 피해를 봤다는 게 LG화학 측의 주장이고, SK이노베이션은 결코 그렇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오히려 LG화학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 다 피해자며 가해자가 된 셈이다.

매일매일 발표하는 양사의 입장문을 읽어보면 입장이 아닌 서로의 말꼬리만 잡는 형국이다. 이런 감정 싸움이 회사 발전에 있어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두 회사는 왜 이토록 치열하게 싸울까? 이유는 단순하다. 1등이 아니면 죽는다는 적자생존, 승자독식 시장논리 때문이다. LG화학 입장에서는 자신을 바짝 추격해오는 경쟁업체가 달가울리 없고, SK이노베이션 역시 자신을 막아서는 업체는 장애물일 뿐이다.

문제는 두 회사의 분쟁이 '너죽고 나살자'식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 간 다툼에 대해 배터리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중국은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업체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며 유럽은 각국 정부 주도로 지원에 나서면서 배터리의 자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쟁기업간 소송전이 남는 게 없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가 있다. 2011년 촉발된 애플과 삼성의 특허분쟁이다.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법원에 스마트폰 디자인 및 특허침해를 이유로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촉발된 소송전은 같은 해 6월 삼성전자가 애플을 맞제소 하며 시작됐다.

양사의 싸움은 2018년 6월에서야 합의를 통해 끝나고 말았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두 회사가 아무것도 쟁취하지 못한 소송이었다. 유일한 승자는 로펌"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배터리 시장은 반도체만큼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초격차' 경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격차는 기술과 조직, 시스템, 회사 문화 등 전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 두 회사의 난타전을 보면 '격'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이다. 산업 간 융합이 대세가 됐다. 경쟁 기업간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협업을 뜻하는 코피티션(Co-petition)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많은 것을 비우고 바꿔야 한다. 감정싸움에 매몰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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