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 1년... 3대 키워드 ‘미래차·순혈주의 타파·기반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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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09-1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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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는 지금 계약해도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최근 서울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만난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하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야심차게 내놓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의 여전한 인기를 방증한다.

◆그룹 변화에 선봉... ‘하면 된다’는 분위기 다시 만들어 내
15일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고조된 분위기는 최근 이 회사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본격화한 ‘정의선 체제’가 1년을 맞으며, 이룬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당시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후 정 부회장은 미래차·순혈주의 타파·기반 안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룹의 변화에 선봉에 섰다.

우선 그룹의 미래를 위한 전방위적인 투자로 정체를 겪던 그룹을 쇄신했다. 이날도 현대차그룹은 제품 연구개발(R&D)의 기반이 되는 요소기술과 원천기술 연구를 위한 '기초선행연구소'를 최근 새롭게 설립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에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북미 상업용 태양광발전소와 연계한 실증사업에 새롭게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은 지난 1년 동안 줄을 이으며 전해졌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지난 6월 사업 파트너사인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에 전략투자를 통해 독보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EV) 업체인 '리막 오토모빌리'에 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고성능 EV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에 들어갔다.

수소전기차(FCEV)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오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하고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큰 그림을 내놨다.

이밖에도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제어기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으며,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에도 참여하고 있다.

◆창의성·유연성·책임성 있는 조직 구축
정 부회장은 미래를 위한 변화를 가속하기 위해 ‘창의성과 유연성, 책임성 있는 조직’에 방점을 두고 강한 드라이브도 걸었다.

지난 7월 R&D본부의 조직체계 개편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그룹은 R&D본부의 조직체계를 △제품통합개발 △시스템부문(4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담당 등 총 세 개 담당으로 재편했다. 기존에는 설계·전자·차량성능·파워트레인(PT) 등 5개 담당의 병렬 구조로 운영된 바 있다.

‘순혈주의’를 추구했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외부 인사 영입을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현대차 사내이사에 오른 알버트 비어만 R&D본부 사장이 상징적인 사례다.

이후 외부 인재 영입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실제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9일 람보르기니 등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 온 필리포 페리니 디자이너를 유럽제네시스 선행디자인 스튜디오 총책임자(상무)로 영입했다. 같은 날 기아차는 중국 현지법인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에 리펑 전 바오능그룹 상무부총경리를 임명했다. 지난 6일에는 인피니티 수석디자인을 지낸 카림 하비브를 디자인센터장(전무)이 합류했다.

복장 자율화, 출퇴근·점심시간 유연화 등 아래로부터 혁신을 위한 작업도 이어졌다. 현대차·기아차는 올해 기존 6단계이던 임원 직급도 4단계로 축소했다. 이달부터는 일반직 직급은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고, 호칭도 ‘매니저·책임매니저’로 통일했다.

◆ 방향성 틀리지 않았다는 것 실적으로 증명
그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실적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매출 50조9534억 원으로 전년 동기(47조1484억 원)보다 8.1%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6.4% 증가한 2조62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6년간 지속된 실적 하락세를 끊어낸 셈이다.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친환경차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4만4838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위(6.5%)를 기록했다. 2014년 전기차 세계 시장점유율 0.9%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는 2017년 3.7%, 지난해 4.1%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5위권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오는 20일까지 조직문화 진단 위한 일반·연구직 대상 설문조사 실시한다. 현대·기아차 등 그룹 내 29개사 참여. 조직문화에 대한 통합적 관점의 진단과 개선책 논의하기 위해서다.

또한 정 부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에도 독일에서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석해 “전기차 고속 충전기를 한국에도 들여올 것”이라며 신사업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이어진 정체로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현대차그룹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했다”며 “정 부회장은 최근 1년간 이 같은 완전히 뒤바꿨으며 ‘하면 된다’는 현대차그룹의 창업정신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자동차 상품본부  부사장(왼쪽부터),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전무), 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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