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번째 굿모닝… 하루도 안빠진 재계의 공부 역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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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논설고문
입력 2019-09-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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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원의 '人.討.VIEW' 경영자연구회 조찬세미나 44년, 한영섭 인간개발연구원장

  • 非정치·非종교·非영리 30만명의 아침을 깨웠죠

한영섭 인간개발연구원 원장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조찬포럼, 조찬강연, 조찬세미나···. 많은 외국인들이 새벽부터 모여 새로운 지식과 최신 트렌드를 습득하는 CEO들의 공부모임을 접하고는 한국인의 부지런함에 감탄한다.

조찬모임이 우리 사회에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대기업 임원, 정치인 등 시간관리를 중시하는 지도층 인사들의 지식 충전과 정보 교류, 인맥 확대의 장으로 본격 자리잡은 지 20여년.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조찬문화’의 효시인 인간개발연구원(HDI) 경영자연구회 조찬세미나가 2000회를 맞았다.

9월 5일 오전 7시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00번째 조찬세미나에는 90대의 창립 회원부터 멘토대학을 수료한 20대 초반의 대학생까지 기업인들과 사회 각계 인사 380명이 참석했다. 와병중인 장만기 회장을 대신해 인간개발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한영섭 원장을 만나 2000회 지속 개최의 비결과 함께 연구원이 한국 기업 생태계에 끼친 영향을 짚어 보았다.

-1970년대 중반이라면 생산량 증대, 수출 증대 등 물량적 성장만을 강조하던 시절인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간경영’을 주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명지대 교수 출신인 장만기 회장은 외국언론에 한국 소개 기사와 광고를 싣는 KMI란 독립광고회사를 세워 큰 돈을 벌었으나 10월 유신이 선포된 후 해외여론이 싸늘해지자 다른 이에게 사업을 맡기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보험 세일즈로 27세에 백만장자가 된 후 성취 동기와 리더십 개발 전도사로 변신한 폴 마이어의 자기계발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것이 계기였습니다.

마이어가 텍사스에 세운 인재교육기관 SMI(Success Motivation Institute)와 LMI(Leadership Management International Inc.)에서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하고 귀국하여 인간개발연구원을 설립합니다. 성취동기와 잠재능력 개발을 돕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경영의 신’이라 불렸던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립자의 경영철학인 ‘번영을 통한 평화와 행복(peace and happiness through prosperity)’을 접목하여 한국 최초의 CEO 전문 교육기관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연구원이 창립될 당시 대한민국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보면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 회장은 ‘한국은 천연자원은 부족한 반면 고급 인적 자원이 풍부한데 앞으로의 경제성장 여부는 고급 인적 자원을 개발하고 관리하는데 달려 있다’고 주장하며 기업인들을 설득했습니다.”

-인간개발연구원은 ‘공부하는 CEO모임’과 ‘조찬문화’라는 새로운 기업문화 풍토를 조성했습니다. 44년 동안 한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조찬세미나를 개최해 온 저력이 궁금합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Better People Better World)’는 기치 아래 1975년 2월 5일 아침에 30여명의 젊은 기업인들이 모여 시작된 스터디그룹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조찬회 겸 기업인들의 평생학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데는 창립자이신 장만기 회장의 고결한 정신과 회원들의 열망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비정치·비종교·비영리라는 3비(非) 원칙을 고수해 왔고, 연구원 운영도 정부 예산이나 대기업의 지원 없이 1500여명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에 의존해 왔습니다.

늘 돈에 쪼들리면서도 돈과 권력을 앞세운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초기의 원칙을 지켜온 것이 조찬세미나가 장수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1979년 12·12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예정대로 모였고, 1997년 외환위기로 수많은 국내 기업이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계속됐습니다.”

-그동안 인간개발연구원이 이룩한 성과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지난 44년 동안 우리 연구원을 거쳐간 기업인과 경영인은 30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현대·LG·유한양행의 중역과 중소기업의 오너들이 회원으로 참여하여 국제 경제 환경, 최신 기술 동향, 선진 기업들의 모범적 경영사례 등을 배우고 서로 교류하며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했습니다.

웅진그룹과 코리아나화장품처럼 우리 연구원을 통해 기업이 성장 발전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1995년 9월 지방자치시대의 개막에 맞춰 전남 장성에서 첫 강연을 시작한 ‘장성아카데미’는 24년 동안 1000회 넘게 지속되어 오면서 전국의 지자체에 평생학습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임권택 감독, 이국종 교수 등 사회적 명사들을 강사로 초빙하여 이제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벤치마킹하는 사회교육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9월 KRI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열린 최장기간 사회교육’으로 인증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국제기록인증기관인 유럽연합 오피셜월드레코드(EU OWR)에서도 세계 최장기간 교육으로 공식 인증받았습니다.“

-시대에 따라 강의 주제나 스타일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같은 한국 현대사의 주역들은 물론 경제, 경영, 사회,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산(産)·학(學)·관(官)·정(政)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소련과 수교하기도 전에 러시아와 협력의 물꼬를 터 ‘한·러 친선협회’가 탄생했습니다. 1970년대는 관계와 정계의 유명인사들을 초청하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부동산·재정 정책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면, 1980~90년대는 기업인들의 자기 계발과 리더십 함양에 초점을 둔 강의가 많았습니다.

2000년부터는 인문학 관련 강의가 늘어났는데, 제가 부임한 2013년 이후부터는 기업인들이 직접 모범적 기업경영 체험사례를 들려주는 강연으로 회원들과의 공감대를 확장하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지요.

“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AI에 달려 있다’를 주제로 한 2000회 세미나를 기점으로 AI 관련 주제의 강연을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우리 연구원 연사 출신 관료, 학계인사, 언론인들로 구성된 좌장단을 강사진으로 초빙한 최고경영자과정(세상을 바꾸는 CEO과정)과 AI최고경영자 단기코스를 신설하였습니다.
지난해부터 각 대학에서 선발한 대학생 그룹과 존경받는 기업인 회원을 멘토-멘티로 연결하여 쌍방향 질의응답과 토론을 통해 직접 기업인들이 기업의 철학과 운영방식(생산제조·연구·판매·영업·마케팅·인사교육), 바라는 인재상을 멘토링하는 ‘멘토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시작된 30~50대 젊은 CEO들을 위한 비즈덤(BIZDOM·비즈니스+위즈덤) 포럼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기업 소개와 자신만의 경영 인사이트를 테드(TED)식 강연으로 공유하면서 비즈니스 정보를 나누고 있는데 역시 반응이 좋습니다. “2013년 부임한 한영섭 원장은 전경련 공채 11기로 1979년 입사 후 전경련의 경영교육기관인 국제경영원에서 부원장(전무)으로 마치기까지 33년간 경영자 교육을 담당했던 CEO교육전문가다.

<논설고문·건국대 초빙교수>


 

한영섭 인간개발연구원 원장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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