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가계빚 증가 가팔라…경제 뇌관 다시 불붙나

서대웅 기자입력 : 2019-09-16 05:00
은행금리 2년 만에 최저…2%대 차주 급증 디플레 오면 빚 눈덩이…부실 대비해야
저성장 해결을 위해 통화당국이 '저금리' 카드를 꺼냈지만 오히려 서민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그동안 증가폭이 둔화했던 가계부채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빚 부담만 가중되면서 한국 경제의 뇌관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에 '연 2%대' 차주 급증

최근 2년간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폭이 둔화됐지만, 지난 7월 인하 후 앞으로도 금리 인하가 예상돼 은행 대출금리 역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이 7월 신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의 가중평균금리는 연 3.96%로, 2017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역대 최저인 연 2.64%였다. 이는 7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시장금리가 인하한 데다, 새로운 코픽스(COFIX)가 도입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떨어뜨린 영향이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저금리 차주는 증가세다. 7월 은행 대출자 가운데 61.4%가 '연 3% 미만'의 금리로 대출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9명(88.7%)은 연 4% 미만으로 돈을 빌렸다.

3% 미만으로 대출받은 차주의 비중이 60%를 상회한 것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연 1.25%)였던 2016년 9월(69.2%) 이후 처음이다. 4% 미만 차주 비중은 2017년 10월(88.9%) 이후 가장 높았다.

저금리 차주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무역갈등 속에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통화당국이 4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연 1%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폭 다시 확대··· 서민경제 '뇌관' 우려

문제는 저금리 차주의 증가로 최근 둔화해 온 가계대출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0월(7조8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월 기준으로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랐던 2016년 8월(8조6000억원) 이후 가장 큰 오름세였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 1월(1조1000억원)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기타대출도 크게 늘었다. 기타대출 증가액은 6월 1조5000억원에서 7월 2조2000억원, 8월 2조7000억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사업자금이나 생계자금으로 대출 받는 차주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 하강기에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가 좋으면 부채가 늘어도 빚 갚을 능력이 떠받쳐진 상황이어서 돈이 도는 효과를 내지만, 경기가 침체되는 와중에 늘어나는 부채는 향후 금리 반등 시 빚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생계자금 용도로 빌린 가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서민경제의 뇌관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계들이 생계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늘었다"며 "중요한 것은 부채의 양보다 질인데, 향후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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