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미.중 금융전쟁과 한국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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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입력 2019-09-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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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교수]



미국,싸움 걸기는 쉽지만 끝내기가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나가고 12차례의 무역협상과 2차례의 정상회담을 했지만 아직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무역흑자 1000억 달러 축소를 요구했던 미국은 그 금액을 2000억 달러로 올렸고 중국은 7차회담에서 향후 6년간 1.2조 달러를 수입해 무역흑자를 제로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미·중의 무역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중은 모든 수입품목에 대해 보복관세를 때리는 난타전을 벌였지만 승부가 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힘으로 밀어붙이기'와 중국의 '시간 끌기' 전략에서 뭐가 우위인지, 누가 승자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2018년 7월부터 시작된 양국의 무역전쟁 결과를 보면 2019년 7월까지 중국의 대미수출은 4% 증가했고 미국의 대중수출은 18% 감소했다. 미국이 요구한 중국의 대미흑자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16% 증가했다. 서방 언론에서는 “미국의 완승, 중국의 완패”를 얘기하지만 지난 1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결과는 정반대다. 이유는 1인당 소득 6만2000달러의 나라에서 보복관세 25% 붙인다고 30-40년 전에 집 나간 전통제조업이 돌아올 수 없을뿐더러 3교대 산업인 전통제조업이 돌아온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미중전쟁은 무역이 아닌 기술전쟁, 금융전쟁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무기로 하는 전쟁에서 한번도 완벽하게 이겨본 전쟁이 없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란·이라크전쟁, 최근의 IS와의 전쟁에서도 속 시원하게 이긴 적이 없다. 그리고 미국은 1983년부터 당시 G2였던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였지만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1985년부터 2018년까지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2.1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을 죽인 것은 무역전쟁이 아니라 1985년에 체결한 플라자합의를 통한 환율전쟁과 1986년 체결한 미·일반도체협정 즉 기술전쟁이었다.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260엔대 환율을 122엔까지 53% 절상시켜 일본 수출기업을 붕괴시켰다. 또한 일본 메모리반도체기업이 활개를 친 1985년에 미국의 인텔마저도 메모리사업을 접자 미국은 1986년 미·일반도체협정을 맺어 반도체 가격, 투자, 판매까지 통제하는 덫을 만들어 일본 반도체회사와 전자회사들을 몰락시켰다.

그리고 1985년 이후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입시켜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을 폭등시켜 버블을 만든 뒤 1989년 꼭지에서 대규모 자산매각을 통해 버블붕괴를 유도해 20년간 일본경제를 수렁에 빠지게 만들었다.

지금 중국과의 전쟁에서 미국 측 무역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는 1985년 미·일무역전쟁 당시 미국의 부대표였다. 지금 미·중의 전쟁이 알루미늄, 철강, 가전, 자동차, 반도체 제재로 이어지고 드디어 최근에는 환율조작국 지정에까지 이른 단계를 보면 1980년대 일본과의 무역전쟁과 수순이 너무 유사하다.

미국은 지난 1년간 보복관세로 난타전을 벌였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그 와중에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회사인 ZTE에 반도체 판매를 중단시켰고 이어서 중국의 최대 IT회사인 화웨이의 CFO(최고재무관리자)를 구속하면서 화웨이에 반도체판매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했다. ZTE에 대해서는 12억 달러의 벌금을 받고 제재를 해제해 주었고 화웨이에 대해서는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트럼프의 표밭인 농업지역 농민들을 위해 대규모 농산물 구매를 해주는 조건으로 화웨이의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은 화웨이의 제재를 푸는 시늉을 하면서 다시 중국의 1위 슈퍼컴퓨터 업체인 중커슈광에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미국은 ZTE, 화웨이 등 중국 IT업체들에게 반도체판매를 금지했다 풀어주면서 모두 돈을 챙겼고, 중커슈광에서는 어떤 조치를 내릴지 관심이다. 중국은 세계 휴대폰의 70%, 노트북의 90%를 생산하지만 반도체 자급률은 12%에 불과하다.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는 중국은 기술전쟁에 있어서는 제갈량이 남만의 맹획을 일곱번 사로잡았다 일곱번 풀어주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의 신세다.

한국의 기회는 금융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실력차를 보면 미국은 제조업과 무역에서 중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2018년 기준 미국을 100이라고 하면 중국의 제조업은 168, 무역은 104 수준이다. 그러나 기술력은 32, 금융력은 3에 불과하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무기로 하는 전쟁과 무역전쟁에선 한번도 완벽하게 이겨본 전쟁이 없지만 80년대 이후 벌어진 금융전쟁에서는 단 한번도 져본 적이 없다. 80년대 이후 모든 나라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에 최종 승자는 항상 미국 금융기관들이었다.

지금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역으로 시비 걸고, 기술로 목을 조르고, 금융에서 털어가는 전략”이다. 12차례의 무역협상에서 승부가 나지 않자 드디어 미국은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걸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중간 금융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이 그간 겁만 주다 2019년 8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중국은 아예 대놓고 환율절하를 하고 있다. 중국은 6.9였던 환율을 7.16까지 단숨에 절하시켰다. 그러나 미국의 속내는 환율을 구실로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유도하고 금융시장에서 돈을 털어갈 심산이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전쟁, 기술전쟁에서 피해를 줄이려면 결국 금융시장을 일정부분 개방해 미국을 달랠 수밖에 없다. 대신 금융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그리고 미국을 이용해 중국기업의 부채비율 개선과 금융구조개선을 해 보려는 전략이다. 중국은 기업부채비율이 GDP의 160%에 달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부채비율 축소의 내부적 필요성이 강하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에서 중간재 파는 한국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기술전쟁에서는 한국이 잘만 하면 이득 볼 수 있다. 기술도둑 중국이 이젠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기술파트너를 찾아야 되는 상황에서 전세계 ICT업계 2위인 한국에 기회가 있다. 그리고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절상이 일어날 금융전쟁에서는 한국은 어부지리 할 기회가 있다.

중국증시는 오락가락이지만 외국인이 순매수한 중국의 음식료업종은 연초이래 72% 상승했고 미국과 기술전쟁으로 국산화 이슈가 부각된 IT업종은 47%, 증시개방의 수혜업종인 증권업종은 46%나 상승했다. 한국, 어설픈 중국위기론에 휩쓸리기보다는 중국의 산업과 기업을 죽어라 연구해 제조업에서 터진 것을 금융에서 2배, 3배 벌어올 수 있는 어부지리의 기회를 미·중의 금융전쟁 속에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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