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면)'닥터 코퍼'의 절규...구릿값 추락에 美제조업 위축까지..침체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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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9-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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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풍향계 구릿값 2017년 이후 최저

  • 美제조업 35개월 경기확장 끝..위축세로

믿을 만한 경기 선행지표로 간주되는 구릿값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에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경기침체 경고음에 힘을 보탰다. 마침 미국의 제조업 경기도 3년 만에 위축세로 돌아서 침체 우려를 부채질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선물가격이 t당 5610달러로 마감했다. 2017년 5월 이후 최저다. 

구리는 건설·제조업 등에 두루 쓰이는 데다 다른 상품(원자재)에 비해 지정학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 가격 움직임이 경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해서 시장에서는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고 불린다. 구리 가격이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경기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다.

탐 에사예 세븐리포츠 애널리스트는 CNBC를 통해 "8월 구릿값 붕괴는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신호"라고 짚었다. 구릿값은 7월 말만 해도 t당 6000달러를 상회했지만, 8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추가 관세를 예고한 이후 급락세를 보이면서 6% 넘게 떨어졌다. 4월 중순 기록한 연중 고점에 비하면 14%나 미끄러졌다.

 

[그래픽=구리선물 가격 6개월 추이]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에 세계 제조업 경기가 냉각되면서 구리 수요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한국, 일본, 독일, 영국에선 제조업 경기가 위축 국면에 돌입했는데, 간밤에는 미국까지 이런 흐름에 동참하면서 침체 우려를 키웠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을 기록하며, 2016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위축을 가리켰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그 아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이날 IHS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PMI는 50.3을 기록하면서 간신히 경기 확장을 가리켰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 냉각은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 불안감이 반영되면서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1.08% 미끄러졌다. 또 구리뿐 아니라 원유, 납, 니켈, 아연 등 주요 상품이 일제히 하락했다. 반대로 투자자들이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도피한 영향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4290%까지 떨어지며 2016년 7월 이후 최저를 찍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 강세 역시 구리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구리를 비롯한 주요 상품은 대게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값이 오르면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에선 상품 구입 시 가격 부담이 커져 수요가 줄어든다. 세계 산업금속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안화값은 이날 역내시장에서 2008년 이후 최저치(달러 대비)를 기록했다.

구후 샤오 BOCI글로벌커머디티스 전략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구릿값이 약세를 보인 지 이미 오래됐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만약 거시경제 환경이 나아지지 않거나 다른 악재가 추가되면 추가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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