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선고 D-day…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확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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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08-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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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액 50억원 넘으면 불가하지만 '수동적' 판단시 가능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대법원은 29일 오후 2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최종 판단을 내린다. 이 재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포함돼 있다.

일단 이 부회장 원심 판결문을 보면 그가 집행유예 확정을 기대하는 근거가 보인다.

◆경영승계 청탁이냐 강요 피해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1심은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사건의 성격 정의부터 1심과 2심은 명확히 갈린다.

1심은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경영진과 승계 작업 도움을 기대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 사건’으로 규정했다.

반면 2심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하고 측근 최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사건으로 해석했다.

앞서 특검은 뇌물액 298억2535만원으로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1심은 뇌물을 89억2227만원(횡령액 80억9095만원), 2심은 36억3484만원 인정했다.

1심과 2심 모두 최씨의 독일 소재 회사 코어스포츠에 보낸 36억3484만원을 뇌물로 봤다. 하지만 2심은 말 구입과 부대비용 41억6251만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공소사실인 미르・K재단 출연금 204억원 대납은 1심과 2심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사회협력비 분담비율’에 따라 수동적으로 지급했고 승계 작업에 대한 묵시적 인식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대법원이 2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2심은 소극적 뇌물 공여는 물론 50억원 미만의 뇌물액, 횡령액 전액 반환 등 감경・집행유예 사유를 적극 받아들였다.

대법원이 1심 판단에 따라 2심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할 경우 삼성으로서는 생각하기 싫은 선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2심이 이 부회장 주요 혐의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낸 만큼 집행유예 적용 기준도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대법원. [사진=이범종 기자]

◆'수동적' 인정된 뇌물공여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1억원 이상 뇌물을 공여할 경우 기본 2년6개월~3년6개월, 가중처벌시 3~5년이다. 감경해도 2년에서 3년 사이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미만 징역에 적용할 수 있다. 수뢰자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거나 소극적으로 가담할 경우 감경과 집행유예 사유에 해당한다.

집행유예 기준은 양형위원회가 정한 주요 긍정사유만 2개 이상 있거나 주요 긍정사유가 주요 부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을 때 권고된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따를 때 이 부회장에 적용될 수 있는 주요 긍정 참작사유는 ▲소극 가담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현저한 개전의 정 등 3가지다.

2심은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를 감경요소로 봤다. 이때 권고형 범위는 2~3년이다. 1심도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의 경영승계 도움을 바랐지만 당초 뇌물공여가 수동적이었고 승계작업 추진이 오로지 본인만을 위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주요 부정 사유에는 5000만원 이상 뇌물액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1심처럼 청탁을 인정할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청탁 내용이 불법하거나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도 참고할 수 있다. 일반 부정 사유는 대규모 이익과 관련한 뇌물공여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대규모 이익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2심은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현안에 따른 부정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2심은 승마지원 상당부분이 뇌물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고 적지 않은 뇌물・횡령을 가장・은폐했다고 지적했다. 뇌물공여의 부정적 일반 참작 사유에는 범행 후 증거은폐 또는 은폐 시도가 포함된다. 2심은 코어스포츠 용역 계약이 정유라씨 개인에 대한 지원을 가장・은폐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해도 최씨의 반대가 없었다면 계획대로 다른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가능했다고 봤다. 뇌물을 수수한 최씨 판단에 따라 삼성의 지원금이 실제 선수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

◆1심도 감경 가능했던 횡령죄

뇌물액 인정 범위에 따라 횡령액도 달라진다. 형량의 범위가 50억원을 기점으로 달라지다 보니 집행유예 기준이 더욱 민감해진다.

1심은 이 부회장 횡령액을 50억원 이상으로 봤으므로 기본 형량이 4~7년이지만 감경시 2년6개월 선고도 가능했다.

감경 요소는 ▲사실상 압력에 의한 소극적 범행가담 ▲상당부분 피해 회복 ▲피해기업 소유 지분 비율이 높은 경우 ▲진지한 반성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경우 등이다. 가중요소는 ▲지배권 강화나 기업 내 지위보전 목적이 있는 경우 ▲범행 후 증거 은폐나 은폐 시도가 있는 경우다. 집행유예의 부정적 일반 참작 사유도 마찬가지다.

1심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도움으로 경영 승계와 지배권 강화를 노렸다고 판단하고 감경요소를 적용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경영 승계 목적을 인정하고 파기환송심이 이를 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긍정적 주요 참작사유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2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 횡령죄에 적용한 감경 기준은 ‘상당 부분 피해 회복’이다. 이 부회장은 2심 진행 당시 원심에서 횡령액으로 인정된 80억9095만원을 삼성전자에 반환했다. 게다가 2심은 횡령액을 36억원으로 봤으므로 기본 형량만 2~5년이었다.

피해 기업에 대한 소유 지분율이 높은 경우도 긍정적 일반 참작 사유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01%), 이건희 회장(4.18) 등이다. 이재용 부회장 지분율은 0.7%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 지분율 17.08%를 가진 최대 주주다. 2심 재판부는 선고 당시 이 부회장의 신분 관계를 일가 구성원과 본인의 지분, 순환출자 등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하며 그룹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

◆‘무기징역’ 재산국외도피죄 무죄 유지 관건

2심은 정씨 승마 지원을 위한 뇌물공여와 횡령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에 따른 결과로 이 부회장이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봤다.

최대 변수로 지목된 부분은 형량이 가장 높은 재산 국외 도피죄다. 1심은 삼성이 36억3484만원을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로 송금한 부분은 유죄, 정씨 마필 구입 대금을 승마단 선수 전지 훈련비로 속여 독일 삼성계좌로 송금한 42억5946만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도피액이 그 미만일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이다.

반면 2심은 코어스포츠 송금이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삼성의 예치 사유에도 허위가 없다고 봤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승마 지원과 관련해 실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부분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며 “이 부회장이 횡령액 전부를 2심 당시 회사에 변제했고 재산국외도피죄도 무죄 판단을 받은 점 등 감경과 집행유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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