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판결에서 방통위 패소...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제동

강일용, 정명섭 기자입력 : 2019-08-22 15:19
우회접속 과징금 부과는 위법... 방통위 "즉각 항소"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외 IT 기업과의 법적 공방에서 패했다.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에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방통위의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22일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이 접속 속도를 고의로 떨어뜨려 이용자 피해를 야기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5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12월 페이스북은 KT가 정부의 '상호접속에 관한 고시' 변경에 따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대한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청하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조치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는 몇 개월 동안 페이스북에 제대로 접속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방통위는 조사를 통해 페이스북이 통신사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접속 경로를 해외로 변경하는 등 일부러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페이스북이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일부러 속도를 지연시킨 의도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방통위의 정책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법원의 이번 판결은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마음대로 접속 경로를 변경해 이용자 피해를 야기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이번 판결을 전화위복 삼아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을 막는 후속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방통위는 즉시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진성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법원 판결문을 검토한 후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며 "페이스북이 이용자 사전 고지 없이 해외망으로 우회를 시도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야기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이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방통위의 입장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성명문을 내고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행정법원[사진=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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