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불매에 복합쇼핑몰도 난감..“GU, 유니클로 계열인지 몰랐어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조아라 기자
입력 2019-08-22 10:2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IFC몰, 타임스퀘어 입점 유니클로엔 '마네킹과 점원뿐' 찾는이 없어

  • GU 매장 앞 소비자들 대부분, 유니클로 자매브랜드란 말에 깜짝 놀라

유니클로가 복합쇼핑몰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은 소비자들이 명확한 구매 목적이 없이 지나가다가 들릴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반면 단독 매장은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결정하고 방문하는 목적 구매 형태를 띠는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다. 그만큼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은 단독매장과 비교해 소비자 유입이 쉽다.

현재 유니클로는 서울에만 49개 매장이 있다. 이 중 여의도 IFC몰점, 타임스퀘어 영등포점 등 18개 매장이 복합쇼핑몰에 입점해있다.

◆여의도 IFC몰 유니클로 매장 지키는 건 '점원과 마네킹뿐'

21일 오후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IFC몰 내 유니클로를 지키는 건 점원과 마네킹뿐이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유니클로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 매장에 진열된 옷은 비교적 잘 정리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점원들은 헝클어진 옷을 다시 개는 업무를 하기보다는, 잘 정리돼있는 옷을 펼쳐 각을 맞춰 다시 접고 있었다.

특히 가격 할인하는 제품을 모아놓은 진열대도 오와 열이 잘 맞춰져 있었다. 가격 할인행사를 할 때 평소보다 소비자가 매장에 많이 방문해 옷이 헝클어져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마네킹들도 찾는 소비자가 적어 썰렁한 분위기를 내는 매장을 채우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IFC몰 내 유니클로. 마네킹이 입은 옷 7개 중 4개가 가격 할인을 하고 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매장 한쪽에는 남성과 여성, 아동 마네킹 7개가 세워져 있었다. 이 중 4개 마네킹에 ‘기간 한정 가격’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또한 마네킹 앞에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할인된 가격이 크게 적혀있었다.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건 마네킹뿐만이 아니었다. 매장 안은 전체적으로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자가 적힌 안내판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가격 한정 할인’이라고 적힌 문구는 유니클로 매장 간판보다 더 큰 글씨로 쓰여있었다. 이 때문에 매장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유니클로에서 세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정도다. 여의도 IFC몰에서 만난 백진수씨(28·남·서울 마포구)는 “매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유니클로에서 가격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품에 붙은 가격 택은 정상가를 알아보기 힘든 정도였다. 할인된 가격이 적힌 스티커를 2~3개씩 덧씌워 붙여놨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상가격에서 할인하고 한 번 더 추가 할인해 판매 중인 반바지에 판매가격을 알려주는 빨간색 스티커가 3개씩 붙어있기도 했다.

세일 상품을 모아 놓은 매대에는 판매되지 않은 상품만 가득 쌓여있었다. 남성 반바지는 5000원에 판매 중이었으며, 이 바지의 정상가격은 9900원이다. 유니클로의 인기 상품인 히트텍도 할인된 가격인 5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또한 광복절 이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난 16일에 가격 할인을 시작한 상품도 있었다. 이 상품의 경우 16일부터 22일까지만 가격을 할인해 판매한다.

 

21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유니클로 IFC몰점에는 가격 할인을 알리는 문구가 매장 곳곳에 붙어있다.[사진=조아라 기자]

매장 밖을 지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니클로를 향한 날 선 대화가 오갔다.

여의도 IFC몰에 입점해있는 유니클로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있다. 이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층간 이동을 하는 소비자들 눈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지나쳐갔다.

30분 동안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간 사람은 4명뿐이었다. 하지만 방문한 이들 모두 물건 구매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니클로 매장에 방문한 윤지혜씨(30대·여·가명)에게 일본제품 불매운동 중인데도 불구하고 유니클로를 방문했냐고 묻자 “옷을 사러 온 게 아니라 거울을 보러 잠깐 들어온 것뿐”이라며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매장 밖을 지나는 사람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유니클로 매장 앞을 지나는 20대 남성 두 명은 “(불매운동때문에) SNS에 여행 사진 못 올려서 일본도 못 가는데 무슨 유니클로냐”고 말하며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 지나쳐갔다.

한편 같은 시간 IFC몰에 입점해있는 다른 SPA브랜드인 MANGO, ZARA 매장에는 20~30대 여성 소비자가 다수 있었다. 휑한 분위기의 유니클로와 달리 계산대 앞에는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선 소비자도 있었다.

심지어 이 SPA브랜드는 가격 할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유니클로와 달리 별도 홍보 대신 가격 할인하는 상품을 매장 내에 따로 모아놓는 수준이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유니클로, 가격 할인에도 소비자들 외면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입점해있는 유니클로도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건 비슷했다.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유니클로를 방문했다. 직장인이 많았던 여의도 IFC몰과 달리 타임스퀘어는 연인, 가족 단위, 외국인 등 다양한 손님이 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타임스퀘어에 입점해있는 다른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건 여의도 IFC몰 유니클로와 유사했다.

타임스퀘어에 입점해있는 유니클로도 가격 할인 행사 중이었다. 가을/겨울 시즌을 앞두고 신제품 알리기보다는 가격 할인을 더 홍보하는 분위기였다. 

매장 내 가격 인하 코너에는 9900원 상품만 따로 모아놓았다. 유니클로 인기 상품인 에어리즘 외에도 남방, 니트, 반바지 등이 정상가에서 할인된 가격인 9900원에 판매 중이었다.

한국에 1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중국인 쑨윈(44·남)은 “지나가다가 세일한다는 문구 보고 들어왔다"며 “오늘은 가격이 저렴한 세일 상품만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상가격을 가리고 할인된 가격을 알리기 위해 상품에 스티커가 여러 겹 붙어있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정상가를 확인하기 위해 스티커를 뜯어본 흔적도 확인할 수 있었다.
 

21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내 유니클로 매장에 있는 일부 제품에는 할인가격을 알리는 스티커가 겹겹이 붙어있다.[사진=조아라 기자]

또한 가격이 저렴한 세일 상품은 인기 사이즈가 빨리 동나는 것에 비해 세일 코너에 있는 상품은 비교적 색상과 사이즈가 다양하게 구비돼있었다. 

반면 이처럼 세일을 활발하게 진행해도 구매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매장 내 10대 계산대는 모두 비어있었고, 계산대를 지키는 건 점원 한 명뿐이었다.

한편 같은 시간 타임스퀘어에 입점해있는 또 다른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에는 다양한 연령의 소비자들이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또한 타임스퀘어 내 카페는 자리가 없어 대기하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붐볐다.

◆소비자 대부분 GU=유니클로 자매브랜드란 사실 "몰랐어요' 

이처럼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타임스퀘어 유니클로 매장 옆에는 자매 브랜드인 GU(지유)가 오픈 준비 중이다.

공사를 위해 설치한 흰색 임시벽 위에는 GU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있었다. 또한 GU 온라인 스토어 영업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주소를 함께 적어놔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GU(지유) 오픈을 앞두고 홍보도 활발히 하는 분위기였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는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 GU가 9월 오픈을 위해 공사 중이다.[사진=조아라 기자]

또한 실제 지하철 영등포역과 연결된 지하상가에서 타임스퀘어로 연결되는 곳에는 유니클로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안내판에는 ‘2019 가을 오픈 예정 GU’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었다.

GU의 열혈 홍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GU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김지유씨(30·여·서울 강서구)는 “GU라는 브랜드를 처음 들어본다”며 “유니클로와 GU가 자매브랜드인지는 더더욱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GU가 일본, 유니클로와 관련된 것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최민정씨(56·여·가명)는 “GU가 미국 브랜드인지 알았다”며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라는 건 지금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GU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9월에 새롭게 오픈한다. 하지만 새롭게 오픈하는 GU가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라는 것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대부분 방문 의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이국희씨(22·여·서울 영등포구)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계속 이어지면 GU도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