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경제보복에 명동 찾은 일본관광객 “스미마셍” 대신 “익스큐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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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19-08-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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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일 정서 알아챈듯 일본인 아닌척 관광문의센터 영어 사용자들 많아

  • 엔화 가치 오름세로 日관광객 되레 늘어…탑텐 '문전성시', 유니클로 '텅텅'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사진=조아라 기자]

"익스 큐즈 미"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관광객안내소를 찾은 관광객은 매끄럽지 않은 영어로 티머니카드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관광객은 직원에게 티머니는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충전하는 방법, 가격 등을 줄곧 영어로 물어봤다.

반면 그는 함께 온 일행과는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영어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편안한 모습이었다. 한국인 안내소 직원에게는 영어로 질문하고, 함께 온 일행과는 일본어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풍경이 5분 정도 지속됐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국의 불매운동이 맞붙으면서,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다.

화장품과 맛집이 몰려있어 일본인에게 필수 관광코스인 서울 중구의 명동. 거리 곳곳에는 일본인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일본어로 된 입간판이 즐비해 있고, 일본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한국인 점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반면 명동거리를 찾은 일본인들은 불매운동에 대한 역풍을 맞을까 걱정해 한국인과 대화할 때 일본어 대신 익숙하지 않은 영어를 사용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본인의 국적을 애써 숨기려는 표정이었다.

명동 관광객안내소에서 영어통역사로 근무 중인 박선혜씨(40대‧여)는 "불매 운동 이후에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물어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3일 서울 중구 명동의 지하상가 입구에는 '친일적폐' 청산과 '한일군사협정 폐기'를 주장하기 위한 광복절 집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석유선 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오히려 증가했다.

명동에 있는 관광객 안내소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은 불매운동 이전에는 하루 100명 정도가 안내소에 들렀다. 하지만 불매 운동 이후에는 일본 관광객이 오히려 증가했다.

실제 관광객 안내소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주중에는 120여 명, 주말에는 15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이는 작년에 비해 일본인 관광객은 20% 정도 증가한 수치다.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키요(20대‧여)는 "명동은 일본인이 많아 일본 같은 느낌이 든다"며 "불매운동 때문에 걱정하고 한국 여행을 왔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매운동이 계속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일본 관광객이 증가하는 건 엔화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엔화 가치 오름세는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구성원도 바꿔놨다. 관광객 안내소에 따르면 보통 친구나 연인이 둘셋 짝지어 방문했지만 최근 들어 4~5명씩 가족 단위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1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상가 곳곳에는 일본어로 된 입간판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일본 불매운동에도 명동거리 상가 곳곳에는 일본어로 된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나란히 쓰여지 입간판은 경제 보복과 일본 불매운동의 악화로 한국과 일본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명동에서 잡화 판매상인 김철민씨(40대‧남, 가명)는 "불매 운동 이후에도 일본인 관광객은 꾸준히 한국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인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음료판매점 ‘타이거슈가’ 앞에는 흑당밀크티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길었다. 매장이 문을 열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골목을 따라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대기자 15명 중 무려 11명이 일본인이었다.

한편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탑텐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반사이익을 얻자 환호하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 탑텐 명동 2호점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소비자가 뒤섞여 매장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탑텐 '광복절티셔츠'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힘입어 출시 한 달 만에 9000장이 완판됐다. 13일 서울 중구 탑텐 명동 2호점에서도 광복절티셔츠를 만나볼 수 없었다.

광복절 티셔츠 위치를 묻자 점원은 "현재 품절상태인데 언제 재입고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반일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유니클로 매장은 텅 비어있었다. 매장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 조차 텅 빈 유니클로 매장에서 누가 구매라도 하는지 확인하듯 힐끗힐끗 쳐다봤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앞에서 만난 김선호씨(26‧남‧서울 영등포구)는 "유니클로 매장만 보면 괜히 한 번씩 쳐다보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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