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밑 7℃ ···​63빌딩만한 크루즈서 인생피서 중입니다

황호택 논설고문 ·​ 서울시립대 교수입력 : 2019-08-12 17:11
물개의 연어사냥 구경···​킹크랩 뺨친 환상의 게맛 흑곰 사는 캐치칸 우림과 장승 '토템' 볼거리 15m 고래, 일몰 배경으로 물 뿜자 승객 모두 탄성

선상호텔 크루즈의 뒤로 멀리 알래스카의 만년설이 보인다. [사진=황호택 논설고문]


[황호택의 알래스카 기행 ①] 크루즈로 연결되는 알래스카는 캐나다의 남동쪽에 프라이팬의 손잡이처럼 붙어 있어 ‘알래스카 팬핸들’ (Alaska Panhandle)이라 불리는 연해지역이다. 극도로 험준한 지형 때문에 몇 도시를 빼고는 알래스카나 캐나다의 다른 도시와 육로로 연결이 안된다. 관광이 가능한 시기도 5~8월 넉 달뿐. 여름철에만 찾아오는 관광객을 받기 위해 호텔을 세우자면 채산이 맞지 않는다. 대형호텔선박이라고 할 수 있는 크루즈에 안성맞춤인 여행지다.
 내가 탄 크루즈는 객실 1542개에 승객 3080명을 태운다. 선원들을 합하면 승선인원 5000여명. 19층에 길이 290m인 배 안에 63빌딩을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다.
 크루즈는 승객들이 잠든 시간에 시속 50~60㎞의 속도로 바다를 달린다. 승객들은 잠이 깨면 새로운 도시에서 눈을 뜬다. 비행기나 자동차로 여행할 때처럼 호텔을 자주 옮기며 짐을 싸지 않아서 편하다. 크루즈가 낮에 움직일 때도 승객들은 자유롭게 각종 시설을 쏘다니며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다.
 배 안에는 수영장, 피트니스 클럽, 카지노, 댄스홀, 극장 등 즐겁게 시간을 때울 시설이 많다. 대극장에서는 매일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뮤지컬과 공연이 펼쳐진다. 크루즈는 7층과 8층 갑판을 연결해 바다 위를 산보하는 코스를 만들어 놓았다. 한 바퀴 도는 데 10분 정도로 서너바퀴 돌면 하루 운동 정량을 채울 수 있다. 
 발코니에서 바다가 보이는 객실은 1인당 100달러가 비싸다. 기왕 크루주 여행을 하려면 스위트룸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코니가 달린 방에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놓쳐서는 안 된다.
 캐치칸은 알래스카 관광의 꽃이다. 침엽수로 뒤덮인 우림(雨林)이 있고, 세계 최대의 연어잡이 항이다. 캐치칸 도심으로 연어가 회유하는 하천이 흐른다. 연어들은 태평양 먼 바다에 있다가 5월부터 11월까지 모천(母川)을 찾아온다 .상가가 들어찬 도심의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맑은 물속에 연어들이 몰려오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8월 중순에는 물반 고기반이다.
 내가 서있는 다리 밑에서 물개 두 마리가 수문장을 섰다. 서서히 상류로 올라가던 연어들이 갑자기 날쌔게 움직인다. 물개를 발견한 것이다. 연어들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지만 물개들은 신이 났다. 날렵한 물개도 몸동작이 빠른 연어를 그렇게 만만하게 다루진 못했다. 내가 떠날 무렵 드디어 사냥에 성공한 물개 한마리가 주둥이에 연어를 물고 물속을 S자로 누볐다.
 연어들은 수천㎞ 떨어진 태평양에 있다가 산란을 하기 위해 캐치칸으로 2~4년 만에 귀향을 한다. 포식자들의 이빨과 발톱을 피해 가까스로 하천 상류에 도착한 암컷 연어는 알을 낳고 바로 죽는다. 수컷은 암컷이 낳은 알에다 정자를 뿌려 수정을 시키고 부화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밤낮으로 지킨다. 알이 부화하면 수컷도 탈진해 생명을 잃는다. 목숨을 던져 후대에 DNA를 전달하는 연어의 본능이다.
 산란지로 가는 길목에 지켜선 연어의 포식자들은 물개 외에도 흰머리독수리와 흑곰이 있다. 흑곰은 얕은 물에 서 있다가 갈구리처럼 긴 발톱으로 귀신같이 암컷만 찍어내 알을 빼먹고 몸체는 개울가에 버린다. 수컷 연어들은 안심해도 된다. 흑곰이 알을 빼먹고 버린 연어의 몸체는 다른 날짐승이나 들짐승이 와서 먹는다. .
 미국의 국조인 흰머리수리도 연어 사냥꾼이다. 처음 태어나서는 온몸이 갈색이다가 5살쯤 되면 머리와 목부분의 깃털이 흰색으로 바뀐다. 흰머리수리는 눈이 좋아서 공중에서 하천을 바라보고 있다가 연어떼가 지나가면 쏜살같이 하강해 낚아 챈다. 수달 등 다른 포식자들이 잡은 연어도 빼앗아간다.
 캐치칸 우림은 (Alaska Rainforest Sanctury)은 지구상에서 아마존 다음으로 너른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열대우림이지만 캐치칸 우림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7도인 한대지방에 위치해 완연히 다른 생태계를 보여준다. 1년 365일 중 300일 이상 비가 내린다. 적삼목(Red cedar) 같은 침엽수들이 많다. 곰들의 주식인 각종 베리(딸기) 종류도 널려 있다. 이곳에 사는 흑곰이 좋아하는 것은 새먼베리(Salmonberry). 열매가 주황색 연어의 속살과 색깔이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성인 네명이 손을 맞잡아야 둘러쌀 수 있는 수백살 레드시더를 안은 필자. [사진=황호택 논설고문]


 캐치칸 우림에서 가장 큰 레드 시더는 키가 60m나 됐다. 성인 5명이 둘러싸야 둥치를 안을 수 있는 레드시더도 있다. 이곳 원주민들은 레드시더로 카누를 만들고 집을 짓고 장승을 깎는다. 우림의 레드시더 중에는 수령이 500~600년 된 것들도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처럼 레드시더는 수백년을 살고 죽은 뒤에도 둥치가 썩지 않고 남아 이끼가 끼여 오래된 연륜을 알려준다. 이 우림에서 키큰 나무들은 시트카 가문비나무(Sitka spruce), 솔송나무(Hemrock), 자작나무 등이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가끔 곰이 출현해 기겁을 한다. 산책로 곳곳에 곰 똥이 보였다. 국립공원 안내원에 따르면 어미곰은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갈 때 새끼곰을 키큰 시더 나무에 올라가게 한다. 곰들은 어려서부터 나무를 잘 탄다. 새끼 곰들에게 시더나무는 외적의 공격을 막는 최상의 피난처다.
 캐치칸 우림의 곰들은 먹을 것이 풍부해 동면을 안한다고 안내원이 말했다. 겨울에도 새끼 낳을 때만 2주 정도 활동을 멈추고 1년 내내 우림을 활보한다. 안내원은 우림이 한국말로 '비 숲'이냐고 물었다. 어떤 한국인이 그렇게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다. 꽤 괜찮은 번역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원은 우림에 사는 흑곰에 모두 번호표를 붙여 관리하고 있는데 약 1000마리 정도라고 한다.
 캐치칸 마을에는 각양각색의 장승들이 서 있다. 오래전부터 아버지가 아들이나 조카를 도제(徒弟)로 삼는 방식으로 장승조각 기술이 전해내려 온다. 도제수업에는 보통 10년이 걸린다. 캐치칸에서 가장 큰 작업장을 가진 원주민 캘빈(Kelvin)은 삼촌으로부터 작업장과 기술을 전수받았다. 16가지 토템 폴(pole)이 있다. 스토리(story) 폴은 키가 훌쩍 크다. 문자가 없는 원주민들의 역사를 새겨놓은 폴이다. 이집트의 상형문자 같은 단계로 발전하기 전의 그림 조각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두번째가 영역을 표시하는 곰 토템이다. 영웅을 찬양하는 명예 토템도 있고 죄인을 비판하는 수치 토템도 있다. 인근 해역에 사는 범고래 토템도 있었다.
 나무 둥치를 잘라내 건조 과정을 거쳐 토템을 완성하기까지 6개월가량 걸린다. 캘빈의 장승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30㎝당 8000달러에 팔린다. 이곳 원주민은 심시언(Tsimshian) 이라고 불린다. 인디언들은 수만년 전에 시베리아에서 베링해를 건너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몽고족 계열이지만 지역마다 명칭이 다르다.
 우림 산책이 끝나면 식도락이 기다린다. 북아메리카 서해안에서 잡히는 던저니스 게(Dungeness Crab)는 껍질을 깨면 살이 꽉꽉 차 있다. 같이 간 일행의 공통된 의견이 킹크랩보다 맛있다는 것이다. 물처럼 녹인 버터에 찍어 먹는다. 우림을 1시간 이상 걸어 배가 고픈 상태에서 10시쯤 무한 리필 게를 포식하고 나서 점심을 건너 뛰었다.
 크루즈는 저녁 무렵에 캐치칸을 떠나 캐나다 쪽으로 선수를 돌렸다. 7층 갑판에서 태평양의 일몰을 바라보다가 몸길이 15m를 훨씬 넘는 혹등고래가 바다 위로 솟구치는 장관을 목격했다. 갑판 위에 함께 있던 승객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크루즈 여행의 꽃은 선실 발코니에서 고래가 점프하면서 꼬리로 파도를 때리고 물을 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다.

알래스카의 원주민 장인이 깎은 토템 장승들.[사진=황호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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