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신약 심사 수수료로 본 ‘인보사’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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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9-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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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산업2부 기자]

지난 몇 달 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주사제 ‘인보사’ 사건은 우리사회에 신약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남겼다.

이번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 회사의 가치를 한순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했다. 바이오업계에 대한 불신 분위기가 조성됐고, 인보사를 허가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뢰도 역시 추락했다. 말 그대로 신약이 주는 위대함과 함께 위험성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신약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년의 기간, 까다로운 임상시험과 심사를 거쳐 개발된다. 그럼에도 이번 인보사 사건은 허가과정에서 허점을 보여줬다. 코오롱 측도, 식약처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막기 위한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심사수수료를 현실화해 심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은 내년 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를 12% 올리기로 결정했다. 전문의약품의 신약 허가심사 수수료를 294만2965달러(약 35억7452만원)로 책정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의약품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에 따르면, 신약 심사 수수료는 682만8150원이다. 전자민원을 이용하면 618만원 수준이다. 미국과 비교해 4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내 신약 심사인력 역시 FDA의 10분의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심사하는 물질건수가 0.2개이지만, 미국은 0.02개다.

때문에 심사 질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명의 심사위원이 심사해야 하는 양이 많아 허가까지의 기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사 수수료의 현실화로 심사의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판에 식약처는 상반기 허가심사 수수료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수수료의 현실성과 전문 인력 인원, 허가 절차 등의 내용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식약처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현재 국내 신약 허가 심사수수료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으나 갑자기 비용을 크게 올리는 것 역시 부담이 크다.

업계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수수료 인상에 찬성하는 곳이 있는 반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국내 시장은 미국‧유럽 등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다. 심사 수수료는 높은데 여기서 나오는 수익마저 크지 않다면, 국내 시장을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식약처는 전문 인력과 심사기간, 국내 신약개발 시장현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적정 금액의 심사 수수료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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