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LCC, 일본 규제까지 겹치며 불투명한 생존길

이성규 기자입력 : 2019-08-09 07:38
FSC와 모호한 경계 출발...항공업, 정부 규제·전략 부제가 근본 원인

[사진=제주항공]

[데일리동방]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들이 생존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와의 모호한 경계로 출발한 후 정부의 규제 아래 안정적 성장을 이뤘지만 해외 경쟁력은 뒤쳐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부가서비스 확대, 지방 공항 발 노선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구체적 전략은 미흡하다. 최근 시장 불안을 두고 일본 경제규제 등 대외 변수를 탓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국내 LCC는 물론 항공산업 전반 성장 전략에 대한 전면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국내 대형·저가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총매출액은 26조100원이다. 2009년 14조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LCC가 외형성장을 견인했다. 이 기간 LCC의 총매출액은 3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확대됐다. 성장 배경으로는 대형항공사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국내에 앞서 해외에서 LCC 성장은 이미 입증됐다. 자유화와 개방화 속에서 시장참여자들이 확대되고 이용객 부담이 줄면서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그 규모가 증가했다.

그만큼 경쟁은 점차 심화됐다. LCC는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버리고 LCC와 FSC의 특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LCC와 FSC의 구별이 점차 의미가 없어지게 된 계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5년 12월 에어서울에 신규먼허를 내준 이후 신규 항공사 진입을 규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규제 완화로 LCC가 늘면서 경쟁강도가 심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에 운영 중인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라는 비판이 지속되면서 항공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기존 사업자들이 신규 사업자 허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은 단연 경쟁 심화 우려 탓이다. 국내 LCC는 해외와 달리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발했다. 해외 항공사 대비 가격 차별화 등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다. 국내선 수요 기반이 작고 항공자유화 협정 수준도 낮아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단거리 노선 출국수요 성장에 기대고 있다.

해외 항공사들이 노선 개방을 요구하는 데 있어서 국내 LCC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는 단연 가격이다. 국내 LCC가 하이브리드 모델 출발에 따른 약점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실질적 LCC의 부재’가 있다.

국내 LCC는 크게 독립 항공사와 FSC의 자회사로 나뉜다. 독립 항공사의 대표주자는 제주항공(애경그룹 계열)이며 FSC 자회사는 진에어(대한항공 계열),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계열) 등이다. FSC와 LCC의 구분이 무색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양강구도는 여전한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의 보호 아래 외항사들로부터의 잠식 피해는 덜했다. 그만큼 수요 시장 확보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아세안지역에서는 항공자유화를 기반으로 유수 LCC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국내 LCC들이 수요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항공자유화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자유화의 방향으로 나갈 전망이다. 항공자유화는 국내 LCC의 해외 진출 기회를 마련하지만 역으로는 해외 항공사의 국내 진출을 뜻한다. 본질적으로 LCC 특성을 갖춰야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당경쟁’에도 불구하고 신규 LCC사업자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LCC 관계자는 “LCC들이 각각 주력하는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공략하는 것은 과당 경쟁을 피하는 전략”이라면서도 “대형사와 LCC 경계가 애매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LCC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여전히 마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과 추가 비용 절감 전략 등을 통해 LCC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국내 LCC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 중반(에어부산 제외)이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4%대에 불과했다. LCC의 선전은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에 따른 것이다. 운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항공운임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경제규제까지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은 물론 단기적으로 수익성 확보 여부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외부의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근본적으로 LCC의 비즈니스모델이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곳도 없다.

대다수의 LCC가 생존전략으로 내걸은 방안은 중·장거리 노선 강화다. 필요한 대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선 집중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한 환승 수요 확충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타국 항공사와 제휴를 통해 현지에서 발생한 수요를 유지(해당 항공사가 제공하지 않는 경우)하는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장거리 노선 확보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중동 항공사들이 동북아시아시장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성장한데 비해 국내 항공사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유는 정부 규제와 전략적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공항 발 노선 강화 전략도 의미가 있지만 수요기반이 안정적이지 않아 보완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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