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신령열전] 진흙으로 살아있는 '골렘'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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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논설고문
입력 2019-08-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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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Golem)은 동유럽에 거주하는 유대인 전설에서 탄생한 진흙으로 만든 인조인간이다. 하느님은 흙에서 아담을 만들었는데, 아직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기 전의 아담이야말로 세계 최초의 골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대인의 지혜를 모아놓은 책 ‘탈무드’에는 랍비들이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긁어모은 흙먼지 덩어리로 인조인간을 창조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히브리어로 '무형, 미정형, 태아' 등을 가리키는 골렘이 진흙 인형, 인조인간 등 오늘날과 같은 뜻을 지니게 된 것은 중세 때부터였다. 중세 유럽에서는 주문을 붙임으로써 어떤 형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들에 관한 전설들이 많았다. 이 전설들에 따르면 종이에 주문을 써서 골렘의 입에 넣거나 이마에 붙이는데, 만일 이것을 없애면 골렘의 생명력이 사라진다고 한다.
초기의 골렘 이야기에서는 골렘이 대부분 주인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충성스런 하인으로 나오지만 주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갑자기 돌변하여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흉폭한 측면도 있다. 골렘은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하는 이야기나 명령을 이해하기 때문에 충실한 하인으로 부릴 수 있다. 보통 골렘은 마법사나 랍비에 의해 생명을 받았기에 봉인에 쓰인 간단한 명령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렘을 만들려면 금식이나 기도와 같은 신성한 의식을 치른 후 진흙이나 점토를 반죽해 인형을 만든다. 그런 다음 신이나 생명을 뜻하는 주문을 외고 그 이마나 가슴에 ‘emeth(진리)’ 또는 ‘Schem-hamphorasch(신의 이름)’라는 글자를 쓴 양피지를 붙이면 그 조각상은 생명을 얻어서 일어선다고 한다. 그런데 첫글자인 e나 Schem이라는 문자를 지우면 골렘은 저절로 부서져서 원래의 흙덩어리로 돌아가게 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골렘 설화는 16세기 체코 프라하의 유대인 게토에 거주했던 랍비인 유다 뢰브 벤 베자렐이 골렘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유대교의 신비주의 전통과 연금술을 바탕으로 한 신화적 서사를 창작해낸 것이 시초라고 볼 수 있다. 1915년 발표된 오스트리아 작가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환상소설 ‘골렘’과 1920년 개봉된 독일 영화 ‘골렘’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마이링크의 소설은 17세기 한 랍비가 진흙 덩어리로 골렘을 만든 데서 출발한다. 이 골렘은 유대교회당에서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는데, 랍비가 골렘을 조종하는 신비한 부적을 골렘의 혀 아래 넣어두었다가 저녁에 빼내면 진흙덩어리로 되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랍비가 골렘의 입에서 부적을 빼내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러자 골렘은 어두운 골목으로 달려나가 마주치는 사람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랍비가 가까스로 골렘을 붙잡아 혀에서 부적을 꺼내 찢어버리자 골렘은 진흙 인형으로 되돌아갔다.
이렇듯 흙을 빚어서 인간을 만드는 이야기는 성서의 창세기는 물론 그리스와 이집트 북유럽 신화에도 등장한다. 골렘을 만드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를 흉내내는 일이다. 그래서 유대의 전설에서는 대부분 골렘을 만든 이가 신으로부터 벌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인공지능은 골렘은 닮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논설고문·건국대 초빙교수>

체코 프라하의 골렘기념품[골렘-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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