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어]쓰르라미 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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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8-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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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매미가 지각사랑을 하느라 급히 울어젖히고 간 저녁, 실오라기 같은 바람 한 줄기가 창을 건너올 무렵이면, 쓰르라미가 울기 시작합니다. 저녁매미라고도 불리는 쓰르라미는 매미에서 귀뚜라미로 넘어가는 한때를 청아하게 울어 예는 가객(歌客)입니다. ▷더위에 지쳤을 때, 그러나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을 때, 사는 일이 더위처럼 온 몸과 마음을 버겁게 휘감을 때, 그야말로 성가신 기분이 절정일 때, 전망이라곤 보이지 않을 때. ▷입추(立錐)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그때에 입추(立秋, 8일)는 옵니다. 옛사람들이 말복(末伏)의 앞쪽에 입추를 놓은 건 더위의 절정에 숨겨진 '한 줄기 징후'를 중요시했기 때문입니다. 쓰르라미 울 때도 아직 더위는 꺾이지 않지만, 변화는 보이지 않는 그 속에 숨어 있습니다, 가을의 전령(傳令)은 끝 속에 시작이 있음을 노래합니다. 몸은 지쳤으되, 한 가닥 남은 마음이 내는 안간힘으로 고난을 넘어가는 지혜를 배웁니다. 희망과 절망은 쓰르라미 울음의 이쪽과 저쪽일 뿐입니다.◀ <國>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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