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질병 대물림을 막기 위한 건강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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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9-07-0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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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 약자 대상 국가적 배려·생활습관 개선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세습 혹은 대물림은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 중의 하나로, 권력이나 재벌, 심지어는 종교의 대물림도 흔히 볼 수 있다. 아직도 만연한 혈연이나 지연, 학연도 넓은 의미에서는 대물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물림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빈곤의 대물림으로,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근 우리나라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 살리기이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계급 갈등과 양극화를 주제로 해서, 보기에는 불편한 영화라고 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부익부와 빈익빈에 의한 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이로 인해 소외되거나 폐해를 입는 국민들을 줄이는 것이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다. 경제 분야에서의 민주화는 경제활동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의미하며, 자유경제로 인한 부의 편중을 막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내용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가업승계가 아닌, 부의 대물림에 대한 억제도 포함된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해주는 교육도 과거에는 직접적 특혜에 의한 대물림이 있었다. 요즘은 사교육의 영향이 커져,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부가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교육, 자체보다는 부나 권력의 대물림의 보조수단이 되기도 한다.

건강의 대물림은 유전적 혹은 가족력이 있는 질환이 부모로부터 자손에게 이어지는 경우이다. 유전질환과는 달리 질병의 발생과 진행에는 생활양식, 식이, 거주환경, 스트레스, 흡연, 음주, 수면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이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질환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협심증, 뇌졸중 등과,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 악성종양이 있다. 비뇨기과 영역에서는 전립선암이나 전립선비대증 등 전립선질환이나 요로결석 등이 생활습관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들이다.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들끼리는 주거환경, 식생활, 생활습성, 사고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정질환에 대한 위험요인을 공유하게 된다. 생활습관이 가족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질병을 생활습관 질병 혹은 가족력 질병이라 한다. 가족력 질병은 어떤 질병이 3대에 걸친 직계가족 중에서 2명 이상 발병할 경우로 정의된다.

유전질환은 본인의 의지나 생활습관과는 상관이 없이 염색체의 변이에 의한 선천적 요인으로 발생하지만, 가족력에 의한 특정질병은 후천적 요인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생활습관과 환경을 개선하면 예방이 가능한 질환임에도, 잘못된 생활환경을 그냥 방치함으로써 발생하는 가족력 질병은 건강 혹은 질병의 대물림이다. 이러한 생활습관 질병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어릴 때부터의 식생활이나 생활습성 등이 질병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생활습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식생활로는 튀긴 음식이나 염장식품, 포화지방,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줄인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콩과 견과류를 적절히 섭취하고, 금연을 하고 과음을 피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비만을 예방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복잡한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건전하게 사는 것이다.

건강과 질병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이 있고, 개개인의 차이와 건강을 위한 개인적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경제 민주화나 공정과 형평성을 위한 사회 민주화처럼, 건강 약자에 대한 국가적 배려와 생활습관의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하는 건강 민주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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