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니엘 칼럼] 두번째의 버블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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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니엘 아시아리스크모니터(주) 대표이사
입력 2019-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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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니엘 제공] 도쿄역 부근 전경  


좋으나 싫으나 1억2천만명이 사는 이웃나라 일본. 그 일본에서 버블이 붕괴되고, ‘잃어버린 20년’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두운 침체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한국인이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일본에 또 한번의 버블붕괴 위험성이 있다. 헤이세이 (평성)시기로 들어가는 1989년에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폭락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버블붕괴가, 이제 ‘레이와’ (令和)시기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부동산시장 버블붕괴론이 일본재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으로 길게 축조된 도쿄역의 서쪽 마루노우치 출구를 나서면 새로운 도쿄가 보인다. 비좁던 광장이 넓게 정리되고 주변에는 검은 철골조의 고층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수많은 인파에는 외국인이 많이 눈에 띄고, 활기와 희망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무슨 버블붕괴인가? 거리에는 노인과 고양이와 개밖에 없다는 어두운 스케치는 잘못된 것인가?


2020년이 문제

일본재계가 가진 위기의식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소위 ‘2020년 문제’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일본경제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일본사회에서 서서히 형성되어 온,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의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 침체가 올림픽이라는 ‘마쓰리’ (축제) 가 끝난 후 일시에 분출할 것이라는 어두운 예상이다. 그리고 그 어두운 그림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붕괴이다. 그렇다면 왜 2020년인가?

첫번째로 꼽히는 요인은 소비세 인상이다. 현재 8%인 일본의 소비세는 2019년 10월 1일부터 10%로 인상이 된다.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식료품이나 택배 등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8%를 유지하지만, 부동산, 주류, 외식 등 대부분의 분야에는 새로운 소비세가 도입된다. 일본의 부동산경제연구소는 소비세 인상으로 수도권의 주택판매가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두번째로, ‘생산녹지’ 활용기한의 만료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대도시 인구집중은 심각하다. 5대 도시권인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에만 2천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에 가보면 주택 사이에 농경지가 산재해 있음을 볼 수 있다. 도시의 녹화와 생산능력을 올리기 위하여 조건이 맞으면 농경지로 쓸 수 있는 ‘생산녹지’로 활용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30년의 기한을 가지고 있는데, 2020년부터 차례로 기한이 도래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생산녹지들은 앞으로 주택건설에 쓰이거나 택지로 팔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는 이미 과잉공급이 되어 있는 주택시장에 추가공급이 발생하고, 거래가 이미 정체한 시장에 매물리스크가 길어짐을 의미한다.

셋째, 도쿄에서 열리는 2020년 올림픽은 주택의 수요감소와 과잉공급에 가장 크게 시달리는 도쿄역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어려움을 안길 것이다. 도쿄 바닷가의 하루미라는 곳에 1만7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선수촌이 건설되고 있으며, 도쿄의 여러 곳에 산재하는 경기장 주변에 선수 이외의 관계자들이나 방문객을 위한 주택들이 건설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이미 인구에 비하여 공급초과 상태에 있는 도쿄권의 주택시장에 커다란 충격이 온다는 것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넷째, 지금의 일본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이차원의 금융완화’가 끝나는 리스크이다. 현직 아베총리는 일본의 정치사에서 드물게 중앙은행 총재를 스스로 발탁하여 ‘차원이 다른’ (異次元)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하며, 마이너스금리에 그치지 않고 중앙은행이 대체투자상품에 마저 투자를 하게 하여 시장에 돈을 풀어내는 ‘아베노믹스’를 강행하였다. 이 역사적 예외는 아베가 현재의 자민당 총재직을 유지할 경우, 2021년 9월말 이전에 끝날 것이다.

아베가 총리직에서 떠나고 그가 임명한 구로다가 일본은행 총재직을 떠날 경우, 이차원의 금융완화는 끝나게 된다. 말을 바꾼다면 마이너스금리가 정상으로 돌아가며 금리가 인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융자가 더 어렵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길한 예측의 뒤에 커다란 먹장구름이 배경으로 퍼져있다. 인구의 감소 및 노령화이다. 젊은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앞의 요인들은 인구 변화에 따라 가중되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도쿄도청이 내놓은 인구예측을 보면, 일본 전체의 인구는 2005년에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으며,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도 인구는 2025년을 피크로 감소하기 시작하게 되어 있다. 최근에 나온 국토교통성의 통계는 아래 표와 같이 더 어둡다.

 

[안효건 기자]


이 통계에 따르면 동경과 오사카라는 두 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며, 도요타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지대가 있는 나고야가 그마나 감소세가 덜하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할 뿐 아니라 노령화하는 추세에서 주택 수요는 감소하고 빈집은 늘어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를 보면, 일본 전체에 빈집의 수가 1983년에 330만채에서 20년 후인 2013년에 820만채로 증가하였으며, 이는 2018년에 846만채로 증가했다. 여러 통계를 종합해 보면, 일본에서 빈집의 비율은 매년 13% 내지 14%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에서 본 도쿄역 부근의 활기는 착시였던가? 그 활기는 외국자본이 만들어 놓은 일종의 신기루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투자에서 고급상업지구는 리스크가 가장 적은 프리미엄 투자대상이다. 30층 이상의 높이에 완벽한 내진설계를 갖춘 ‘인텔리전트빌딩’이 차례로 올라가고 있는 도쿄역 부근 마천루의 숲을 가리키며, 금융회사 지인이 뱉은 말은 ‘또 다른 논리’라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의 금융투자에 밀린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의 거대부동산펀드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쿄에 쇼윈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평가의 필요가 있으나, 부모가 별세하고 남긴 주택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 평범한 일본의 중년들과는 다른 논리를 가지고 왔음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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