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미니칼럼-短] 언성 히어로를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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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6-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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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20월드컵 준우승의 숨은 영웅들



축구를 발명한 잉글랜드는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갖고 있다. 자기가 사랑하는 팀과 선수들에 대한 서포터스(축구 광팬)들의 사랑,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죽어도 선덜랜드’라는 축구 다큐멘터리영화에 나온 장례식 장면, 관 속에 잠든 한 선덜랜드축구팀 서포터스는 유니폼을 입고 있다. ‘축생축사’,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 그러니 팀의 핵심 선수들을 위해 팬들이 선수 별로 응원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건 그리 큰일도 아니다.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그래서 나온 말이 ‘언성 히어로’(Unsung hero)다. 응원곡이 따로 있을 정도의 스타는 아니지만 남들 눈에 띄진 않는 곳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하는 선수를 칭한다. 그게 나중에는 찬양받지 못한 영웅, 숨은 영웅이라는 뜻이 됐다.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이 대표적이다.(하지만 그에게도 ‘휘성 빠레~’ 응원곡이 있다) 최근 한 영국 축구전문매체는 그를 2000년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언성 히어로’로 선정했다.
 

[16일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 한국-우크라이나 결승전을 지켜보는 박지성 JS파운데이션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2019 폴란드 U-20월드컵의 ‘히어로’ 이강인은 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를 못 뛴 형들과 뒤에서 도와준 스태프”를 언성 히어로로 꼽았다.

아르헨티나를 이긴 후 “경기 뛴 형들, 안 뛴 형들 모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라고 했다. 일본전 승리 뒤 인터뷰에서 “진짜 힘든 경기였지만 형들이 잘 버텨주고 밖에 있는 형들 경기 못 뛴 형들 코칭스태프들 진짜 밖에서 응원 많이 해주시고”라며 경기장 밖에 있는 언성 히어로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번 대회 7경기 동안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는 골키퍼 2명, 박지민(수원), 최민수(함부르크)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들은 ‘원 팀’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 했다. 벤치에 앉아 파이팅을 외쳤고, 훈련에 성실히 임했다. 같이 웃으며 환호했고, 함께 울었다.

정정용 감독을 보좌한 공오균, 인창수, 김대환, 오성환 등 코치진 외에도 김성진, 성형호, 조민우 3인의 의무트레이너도 영웅이란 칭호를 받아 마땅하다.

이들은 선수들이 강행군 속에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밤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 노력했다. 이들 덕분에 부상 때문에 훈련을 못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선수들은 또 김치 요리를 맛있게 만들어 준 신동일 조리사도 언성 히어로로 꼽는다.

FIFA 주관 남자축구대회에서 사상 첫 준우승, 그 역사를 쓴 히어로들은 물론 언성 히어로들을 위해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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