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항전 의지 굳혔나…中 전방위 반미 여론전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19-05-21 16:04
대장정 기념관·희토류 기업 잇따라 시찰 "굴욕적 합의 없다" 피력, 후속협상 난망 반미영화 방영에 미국산 불매 운동까지

지난 20일 장시성 위두현의 장정 출발 기념관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홍군과 혁명 열사들을 찍은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중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대미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수뇌부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만큼 조만간 베이징에서 재개될 협상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신인 홍군(紅軍)이 대장정을 시작한 장시성 위두(于都)현의 장정 출발 기념관을 방문했다.

국민당 공세에 시달리던 공산당은 1934~1935년 장시성부터 산시성 옌안(延安)까지 1만5000㎞를 행군해 새로운 혁명 거점을 만들고 반격에 나서 신중국 수립에 성공했다.

시 주석은 기념비에 헌화한 뒤 홍군 후손 및 혁명 열사 가족을 만나 "중화인민공화국 건설은 혁명 선열의 피와 바꾼 것"이라며 "당시 당과 홍군은 대장정 도중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발전하고 인민 생활이 좋아졌지만 혁명 선열과 당의 초심, 사명을 잊으면 안 된다"며 "혁명 이상과 취지를 잊지 말자"고 독려했다.

같은 날 시 주석은 장시성 내 희토류 생산·가공 업체도 시찰했다. 희토류는 전자제품·자동차·에너지 저장장치 등 첨단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로 중국 내에서 대미 반격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번 시 주석의 행보에 대해 미국과의 후속 협상을 앞두고 전의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양국은 지난 9~10일 워싱턴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베이징에서 협상을 지속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하지 못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반미 여론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미국의 사고는 냉전 시대에 머물고 있다"며 "자신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국가의 정당한 발전을 막는 것은 시대 조류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국 간 전략적 오판이 이뤄지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게 된다"며 "엄중한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며 이는 누구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영텔레비전 CCTV는 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인 항미원조(抗美援朝·조선을 도와 미국에 대항한다)전쟁을 다룬 '영웅아녀(英雄兒女)', '상감령(上甘嶺)' 등의 영화를 연일 방영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빙혈 장진호(氷血 長津湖)'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는데,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미국에 대승을 거둔 장진호 전투에 대한 내용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관영 매체들이 노골적으로 대미 항전 의지를 드러내는 건 수뇌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시 주석 등 수뇌부가 굴욕적인 합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상 베이징 추가 협상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고 전했다.

권위주의 체제의 특성이 작용해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전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9년 동안 사용한 아이폰을 버리고 화웨이 휴대폰을 새로 구매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을 조장한 것이다. 최근 일부 중국 회사도 직원들에게 미국산 제품을 사지 말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보를 통해 애플·KFC·맥도널드·암웨이 등 미국 기업을 중국 시장에서 퇴출시키자는 선동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역전쟁을 주제로 하는 노래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노래는 항일 전쟁을 다룬 영화 갱도전(地道戰·땅굴을 이용해 벌이는 전투)의 주제곡에 무역전쟁 내용을 넣어 개사한 것이다.

'가해자(미국)가 감히 싸우려면 우리는 그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때리고 철저히 넘어뜨릴 것'이라는 가사는 섬뜩하다.

노래를 유포한 자오량톈씨(趙良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직면한 상황을 연상시키기 위해 이 곡을 골랐다"며 "무역전쟁 발발 후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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