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 실크로드에서 신북방정책의 물꼬를 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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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외교부 유럽국장
입력 2019-04-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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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유럽국장 [외교부]

지난 16일 드디어 공군1호기가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으로 향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지는 7박 8일의 여정.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신북방정책의 물꼬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첫 방문지인 투르크메니스탄에서부터 파격이 시작됐다. 최고통치자인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일정에 동행키로 한 것이다. 그가 손님을 위해 지방에 동행하는 예가 거의 없기에, 투르크메니스탄 정부 관계자들도 놀라워했다.

황량한 사막에서 웅장한 자태로 우리를 맞은 키얀리 플랜트는 양국 협업의 상징이자 자랑거리가 됐다. 두 정상은 속깊은 얘기를 나누며, 제2의 키얀리 사례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국빈에 대한 환대의 절정을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3박 4일간 거의 전 일정을 동행했고, 세심한 회담 준비와 진심이 담긴 협력 제의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120억 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한국과 함께하고 싶다고 파격적인 제의를 하기도 했다.

한달 전에 대통령이 바뀐 과도기의 카자흐스탄은 누구보다 먼저 찾아준 우리 대표단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산업 전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을 예고하는 '프레시윈드' 프로그램이 서명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계봉우, 황운정 선생 유해를 봉환하는 뜻깊은 행사에 대규모의 군 의장대를 보내는 등 아낌없는 배려를 보여줬다.

이번 방문을 통해 문 대통령은 총 24개 프로젝트, 13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 수주 지원 외교를 펼쳤다. 6건의 협정과 60여 건의 정부·기관 간 양해각서(MOU)가 서명됐으며, 3국 모두와 정부가 주도하는 협의체를 확대하거나 격상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의 중앙아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고속도로가 깔린 것이다. 중앙아 3개국은 산업현대화를 한국과 함께하고 싶어했다. 앞으로 한국의 병원, 학교, IT 기술과 표준을 중앙아와 적극 공유키로 했고 우리 소프트파워 영토가 북방으로 확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순방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대한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 대통령이 해외에서 직접 독립지사 유해봉환식을 주관하는 감동스런 장면은 “국가에 헌신한 애국지사들은 대한민국이 반드시 보은한다. 영원히 잊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 국민과 해외동포에게 발신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준비한 양국합동공연 오프닝을 잊을 수 없다. 1937년 한인들이 극동에서 이곳 중앙아로 이주하는 다큐멘터리가 거대 화면에 돌아가는 순간, 울컥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곳이 한반도와 수천킬로 떨어져 있지만, 30만의 자랑스런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친척집이라는 새삼스런 사실이 가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북방외교는 이제 물꼬가 터졌다. 이곳 고대 실크로드 왕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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