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차등의결권 상장'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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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4-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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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사옥.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상장안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차등의결권을 포함하는 상장제도 개선 연구용역을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신청은 오는 26일까지 받고, 우선협상대상자는 5월 3일 뽑는다.

당정도 이미 벤처기업 창업자에 한해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도입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타트업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키우려면 창업자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오는 9월까지 상장제도를 새로 짠다. 4차 산업혁명 관련기업에 대한 맞춤형 상장심사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해외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는 1년 전 나란히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유망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다. 홍콩거래소는 2014년 알리바바를 미국 주식시장에 빼앗긴 적이 있다. 당시 알리바바는 저울질 끝에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주는 미국에 상장했다.

비슷한 사례가 2018년에도 나올 뻔했다. 샤오미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줄 것을 홍콩 증권거래소에 요구했다. 결국 홍콩 증권거래소는 규정을 바꿔 샤오미를 품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샤오미뿐 아니라 메이퇀도 2018년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두 회사는 IPO로 96억달러를 모집했다. 같은 해 홍콩 주식시장 IPO 총액 가운데 27%에 달하는 액수다.

중국까지 차등의결권을 받아들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곳 가운데 60%에 가까운 20곳이 현재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도 차등의결권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얼마 전 차등의결권을 알맹이로 하는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벤처기업 창업자에 대해서는 주식 1주에 최대 10개까지 의결권을 주자는 것이다.

물론 차등의결권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차등의결권이 일반주주 권리를 침해하거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진익 국회예산처 경제분석실장은 "미국은 차등의결권에 기한부 일몰 조항을 적용한다"며 "홍콩과 싱가포르도 차등의결권을 견제할 안전장치를 함께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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