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레이와(令和)에 숨겨진 日 국가발전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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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가천대 교수
입력 2019-04-0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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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교수 ]


일본이 내달 1일부터 새 국왕 즉위와 함께 새 연호를 사용한다. 31년 동안의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새 연호 ‘레이와(令和)’로 새 시대를 열게 된다. 새 국왕에 오르는 나루히토(徳仁) 왕세자는 1960년생, 아베 신조 (安倍晋三) 총리는 1954년생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전후(戰後) 세대다. 명실공히 일본사회를 이끄는 진정한 전후 세대 지도체제의 새 출발인 셈이다. 중국 고전에서 따오던 연호를 처음으로 일본 시가집 만요슈(万葉集)에서 차용한 것도 이같은 새출발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호가 바뀐다 하여 갑자기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 시대의 귀결점 즉, 종지부를 찍으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이정표로서 시대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약 30년 전인 헤이세이 초기,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종래의 질서와 가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나라의 이정표를 만들었다. ‘창조전략’, ‘공감전략’, ‘공생전략’등 신기축의 기업중심 전략을 제언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통용되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20세기가 끝나고 신세기로 들어갈 때는 ‘일본의 우선과제 2000 산업창발’(1999년)로서 ‘창발’(創發)이란 키워드를 처음 내놓았다. 2000년들어서는 현재의 디지털화 시대를 선도했던 정보통신혁명인 ‘유비퀴터스 네트워크’를 소개했다.

그러나 21세기 진행되면서 한마디로 딱 끊어지는 이러한 키워드만으로는 시대의 특징과 트렌드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특히 IT분야에서는 변화가 극심해 키워드가 아니라 패스워드로 바뀌게 되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키워드의 시대’에서 ‘패스워드의 시대’로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변화해 가는 일본인’, ‘왜 일본인은 생각없이 상품을 사는가’ 등 소비자 행동을 관찰했다. IT 진전에 관해서는 ‘IT시장 네비게이터’, ‘IT 로드맵’, ‘CIO 핸드북’ 등으로 헤이세이 시대에 일어난 IT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파악했다. 

레이와 시대를 맞아 노무라종합연구소가 주목하는 것은 디지털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다. ‘디지털 자본주의’, ‘디지털이 여는 근미래’ 등은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을 통찰하는 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레이와 시대의 첫 이정표는 6월 28일 일본에서 처음 열리는 G-20 오사카 서밋이다. 일본 정부는 이 서밋에서 ‘와’(和)를 주제로 일본 문화와 기술 그리고 지역경제 등을 폭넓게 소개할 계획이다. ‘와(和)’는 일본과 일본문화 그 자체를 상징하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쇼와(昭和), 야마토(大和)전함 등 군국주의와 전쟁이 먼저 떠오르게 하는 단어다.

그 다음의 주요한 이정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2025년 오사카ㆍ간사이 세계박람회다. 일본 정부는 이 2개 행사를 교두보로 삼아 ‘인생 100년 시대’를 주창하면서 세계인들과 힘을 합해 풍부한 미래사회를 실현한다는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이룩한 경제 발전을 세계에 자랑했던 1964년의 도쿄 올림픽과 1970년의 오사카 박람회라는 희망의 유산(legacy)을 재현한다는 전략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은 패전국 일본이 전후 경제부흥으로 세계에 얼굴을 다시 내놓은 계기가 되었다. 그 이전 1950년대 후반 흑백TV, 세탁기, 냉장고등 가전 3개 품목이 ‘3종의 신기(神器)’로서 등장했다. 1956년의 경제백서는 ‘더 이상 전후(戰後)가 아니다’라고 명기하여 전후 부흥의 종료를 선언한 이후 수출확대로 일본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였다. 본격적인 고도성장기에 들어서면서 1964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컬러 TV, 쿨러(에어컨), 자동차 등 새로운 3종의 신기를 내놓았다. 이른바 ‘3C 경기’다. 도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고속열차 신간센도 이 무렵 선을 보였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내년 여름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소사이어티 5.0’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소사이어티 5.0’은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로봇, 바이오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이 융합해 일으키는 변혁된 사회를 뜻한다.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이 개발한 서비스 실전형 로봇, 5G,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메디컬 바이오기술 등 첨단 기술을 소개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을 넘어서 ‘포스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하겠다는 계산이다.

‘엑스포‘ 70’으로 알려진 1970년 오사카 박람회는 아시아 첫 박람회로서 일본 경제의 획기적인 발전을 보여준 박람회였다. 당시 일본은 고도경제성장이 계속되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을 때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의 국가 프로젝트로서 많은 기업, 연구자, 건축가, 예술가들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1970년 오사카시 근교의 언덕에서 열린 이 박람회는 국제 박람회사상 최초의 흑자기록을 남겼다.

2025년에 열리는 오사카 박람회는 앞바다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을 인공섬으로 개발해 주무대로 삼을 계획이다. 카지노를 포함한 종합리조트 유치 등 첨단도시 개발의 진면모를 보여준다는 구상이다. 도시 인프라, 라이프 사이언스, 식ㆍ수, 모빌리티(교통) 등의 미래 사회 플랫폼을 구축해 박람회 기간 동안 실험장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있다. ‘포스트 오사카’의 목표는 2030년까지 유엔이 설정한 지속가능사회(SDGs)실현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연호는 ‘재난 대국’ 일본이 큰 재난을 겪을 때 국민의 마음을 일신한다는 의미에서 바꿨던 ‘재난 연호’의 역사로 보기도 한다. 헤이세이 시대에는 동일본대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아베신조 총리는 이러한 ‘재해대국’ 일본을 이제 청산하고, ‘1백세 시대의 행복한 미래국가’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1억 총 활약’의 시대를 외치고 있다. 

아베 내각은 레이와 시대의 개막에 앞서 중장기 국가 발전 비전과 전략을 꾸준히 설계해왔다. 레이와 시대 개막과 함께 국가 발전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려는 형국이다. 레이와 시대에 구체화되는 일본의 국가 발전 전략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日 새 연호(年號) '레이와'(令和)" (도쿄 AP=연합뉴스) 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실에서 오는 5월 1일 시작되는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 시대의 연호(年號)로 '레이와'(令和)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얘기하고 있다.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에 나오는 말이다. 일본이 서기 7세기에 연호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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