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원자력 산업계는 미래 비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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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9-04-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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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경제부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전 정책 탓에 대한민국 원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졌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던 원전산업이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2017년 6월 정부가 '에너지 전환정책' 추진을 천명한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국내 유일의 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등 원전 주기기 생산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일감이 없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지난해 임원 30%가량이 줄었고 직원 400여명이 두산인프라코어 등 실적 좋은 계열사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과장급 이상 전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을 시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6~2018년 사이 회사를 떠난 직원은 444명에 달한다. 53개 사내협력업체 역시 2016년 1171명에서 2018년 1002명으로 감소했다. 경남 도내 280여개 중소 원전 협력업체도 일감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더 나아가 미래 인재 부족으로 원전산업의 기본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입학 학생 20%가 스스로 그만뒀다는 점과 지난해 2학기 KAIST 원자력공학과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부도 이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다. '탈원전'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자력발전 산업계를 살리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지원책의 골자는 이렇다. 업계 일감 확보를 위해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설비 보강, 예비품 발주 등을 추진하고 자금난을 겪는 원전 기자재 업체들에는 선급금 지급 확대 등 금융지원을 한다. 한수원 납품과 수출에 필요한 국내외 인증 비용 지원도 강화하고 원전 해체사업 진출 희망업체를 위해 고리1호기 해체공정 정보도 공개한다.

정부는 원전의 안전운영에 필요한 산업생태계를 유지한다는 정책적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불만이다. 신규 물량이 없는 한 업계 피해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원전 업체의 총 매출이 28조원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1조7000억원 규모의 일감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원전산업계가 바라는 것은 '찔끔' 지원이 아니다. 원자력 산업의 미래 비전을 보고 싶은 것이다.

축적된 원자력 기술과 역량을 활용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미래 원자력 산업 생태계의 구조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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