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원인 지열발전소...주민 '줄소송'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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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3-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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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지질학회, 20일 정부조사연구단 연구결과 발표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 포항지열발전소로 촉발됐다는 학술조사 연구결과가 나오며 주민들의 줄소송이 점쳐지고 있다.

당시 지진으로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부상했으며 179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공공·사유 시설물 671곳이 전파, 285곳이 반파, 5만4139곳이 부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대한지질학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포항지열발전소는 한국에서 지열발전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10년 ‘MW(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라는 이름의 정부 지원 연구개발(R&D)사업으로 추진됐다.

㈜넥스지오가 사업주관기관으로 발전소를 소유하고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당시 지열발전소는 90%가량 건설된 상태로 상업운전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전부터 주기적으로 땅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작업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열발전소는 지하 4km 내외까지 물을 내려 보내 지열로 만들어진 수증기를 통해 터빈을 돌린다.

이를 위해 땅속 깊이 들어가는 파이프라인을 깔아야 하는데 라인을 설치할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물을 주입하고 빼는 작업을 반복한 것. 조사단은 이런 작업이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촉발했다고 판단을 내렸다.

정부는 지진 직후 지열발전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사업자와 협의해 사업을 중지했다. 지금도 사업은 중단된 상태며, 이번 발표로 완전히 폐쇄될 공산이 크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이날 대한지질학회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다수 포항시민은 지열발전소를 건립하고 운영한 데 따른 책임을 정부와 관련 기관에 묻고 있다.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김정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포항이 지진 도시가 아니고 안전한 도시란 점에 시민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해도 될 것 같다”면서도 “누가 왜 지열발전소를 시작했는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조사연구단에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양만재 시민대표 역시 “정부가 지열발전으로 지진이 63회 발생한 것을 포항시민에게 숨겼다”며 “넥스지오와 학자도 주민에게 지진 발생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조사한 지진 피해금액이 3323억원에 달해 주민들의 피해보상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에는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을 비롯해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진상규명 및 대응을 위한 포항시민대책위원회’, ‘한미장관맨션지진피해비상대책위원회’, ‘흥해완파주택공동대책위원회’ 등 여러 관련 단체가 있다.

각 단체는 정부 발표와 관련, 우선 자체 회의를 진행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정하기로 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국가를 상대로 유발지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결과 발표로 소송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은 소송을 내며 “지진의 직접 원인을 유발한 포항지열발전소와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대규모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면서 “지진 피해는 주택파손 등 물적 피해를 제외하고 1인당 1일 위자료로 5000∼1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소송에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회원 71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또한 시민대표 등 약 100명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민들이 받게 될 손해배상액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정규 변호사는 “오늘 정부 발표가 나온 만큼 소송에 있어 국가가 불리한 입장이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일반 환경오염 소송에서는 공해나 소음 등 피해를 참을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는 수인한도 기준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지진의 수인한도를 따진 전례가 없어 주민들이 받게 될 손해배상액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포항시는 오는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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