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도 런던 땅 사들인 '한국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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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3-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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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큰손으로 불리는 기관투자자와 금융투자사가 1년 사이 영국 런던 부동산시장에서 돈줄로 떠올랐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에도 아랑곳없었다. 이미 악재가 땅값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았겠지만, 장담하기는 일러 보인다.

◆영국 현지서도 주목하는 한국 큰손

영국도 우리 기관투자자와 금융투자사를 눈여겨보고 있다. 현지 일간지인 더타임스를 보면 우리 기관투자자는 2018년에만 런던 소재 사무용 빌딩에 약 4조4000억원(부동산업체 사빌스 집계)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됐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이런 액수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 런던 홀본 지역에 위치한 골드만삭스 본사 건물을 약 1조7000억원에 사들였다. 다시 국민연금은 골드만삭스와 25년짜리 임대계약을 맺었고, 이를 통해 차익을 노리고 있다.

국내 연기금뿐 아니라 금융투자사도 영국 부동산 매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얼마 전 7000억원을 들여 런던에 자리한 사무용 빌딩 2곳에 투자했다. KB증권도 런던에 있는 빌딩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초 런던 중심업무지구(CBD)에 자리한 사무용 빌딩 캐논브리지하우스를 38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한 부동산펀드 운용역은 "현지 투자자는 브렉시트 여파로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우리 기관투자자에게 기회가 많아진 이유"라고 말했다.

영국이 안전장치 없이 유럽연합에서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브렉시트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지만, 6월 이후로 미루어질 공산도 커졌다.

그래도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국민연금 같은 곳은 우리 노후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투자공사(KIC)는 1년 전 런던에 위치한 사무용 빌딩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런던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KIC는 당시 매각으로 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위기 땐 돌다리도 두들길 필요 있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 악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브렉시트가 영국 파운드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아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결국 수요가 부동산시장을 움직인다"며 "런던이 탄탄한 금융·부동산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도 경기 둔화를 막을 수는 없고,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안전장치 없는 '노 딜 브렉시트'를 가정했을 때 국내총생산(GDP) 감소 규모를 약 8%로 내다보았다. 실업률과 물가도 제각기 7.5%와 6.5%가량 뛸 것으로 점쳤다.

물론 연기금이나 금융투자사가 모두 영국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브렉시트로 위험이 커지자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대안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곳도 많아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얼마 전 파리 시내 랜드마크인 '마중가 타워'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마중가 타워는 프랑스에서 넷째로 높은 빌딩으로, 매매가는 1조1000억원에 가깝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파리에 있는 3700억원짜리 빌딩을 사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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