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결렬]美반응 "트럼프 협상전략 한계 노출...나쁜 합의 아니라 내심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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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3-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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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 협상력에 의존하다가 교착과 혼란 불러"

  • "국내 악재 돌파할 마지막 수단 날려먹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공군기지에 방문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핵담판이 결렬됐다. 미국 언론은 나쁜 합의보다 합의를 안 하는 게 낫다며 내심 안도하면서도 개인의 협상력에만 의존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개인적 케미’만 믿고 실무협상 단계에서 이견을 충분히 좁히지 않은 채 정상회담을 강행하는 도박을 했지만 결국엔 교착상태와 불확실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번 결렬은 사전 준비 부족을 보여준다”면서 “북미가 제재를 둘러싸고 공감대 구축에 실패하면서 교착상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협상에서 촘촘히 간극을 좁혀나간 이후 정상회담을 여는 전통적인 바텀업(bottom-up) 방식 대신 실무협상에서 크게 빈 칸을 남겨둔 채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취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라는 결실이 절실했던 이번 회담은 결렬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도 교과서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 전략은 큰 협상을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험난한 과정들을 외면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직감과 배짱"을 내세우면서 위대한 협상가로 자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몸 담았던 개리 사모어는 “양측의 실수였다”면서 “이번 실패는 뼈아픈 교훈이 되어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 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회담 결렬에 부정적인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회담을 앞두고 미국 조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큰 양보를 내놓을까봐 불안해하던 기류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위한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북 강경론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 모두 북한과 나쁜 합의를 이루지 않아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마저 “김 위원장이 제안한 작은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를 원했다. 대통령이 그것으로부터 걸어나와 기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던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걸어나온 것은 양측 이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직 합의를 목적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하노이회담 결렬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악재임이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 시린시온 플로셰어펀드 대표는 폴리티코에 "한반도가 지구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지역임을 감안할 때 이 기회를 날려먹었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청난 실패"라고 꼬집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오랜 심복인 마이클 코언 전 변호사의 변심, 조만간 발표될 러시아 스캔들 특검 보고서, 민주당의 멕시코 국경장벽 결사 저지와 같은 국내 악재들을 북핵 해결로 돌파할 구상이었다. 하노이회담은 평화 중재자로서 스스로를 위대한 협상가로 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회담 결렬로 트럼프 대통령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그는 맨손으로 켜켜이 쌓인 악재들을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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